매일신문

[사설] 특권층 입시 부정 민낯 드러낸 정유라 이대 입학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입시 부정의 결과였다. 교육부는 이대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정 씨에 대한 입학 과정에서의 부정을 확인하고 입학 취소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또 정 씨의 사촌 언니 장시호 씨의 연세대 특혜 입학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최 씨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특권층의 입시 부정이 하나 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교육부의 이대에 대한 감사 결과는 어이 없다. 대학 측이 정 씨를 뽑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입학처장은 애초 입시에서 평가 대상이 아닌 정 씨의 아세안게임 금메달을 의식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강조했다. 면접위원들은 정 씨를 뽑기 위해 그보다 높은 서류평가 점수를 받아 합격이 유력하던 2명에게 턱없이 낮은 점수를 줬다. 한 교수는 두 지원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낮은 점수를 주도록 유도했다. 결국 정 씨의 부정 입학을 위해 애꿎은 학생이 희생된 셈이다.

최 씨는 정 씨가 다니던 고교로 찾아가 권력과 금력으로 교사를 위협해 허위로 출석 일수를 맞춰 졸업할 수 있도록 농간을 부린 장본인이다. 딸 정 씨 또한 "돈도 실력"이라며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하라"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릴 정도로 치기의 소유자다. 그런 모녀에게 우리나라 교육계가 철저히 농락당했다는 사실이 그저 망측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과연 입시 부정이 최 씨 모녀뿐일까 하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가뜩이나 서류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특정학교 출신이나 상류층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특례 입학 역시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 씨의 사촌 장 씨의 경우만 하더라도 고교 3학년 1학기 성적이 16과목 가운데 14과목에서 '가'를 받을 정도로 3년 내리 성적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는데 연대에 진학했다. 벌써 십수 년 전의 일로 대학은 이미 개인자료조차 폐기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입시 부정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번 사태로 대학이 면접위원을 통해 입시 결과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가까이는 재력과 권력에 놀아난 대학의 잘못이지만 제대로 감독도 않고 부정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도 소홀히 한 교육부의 책임도 크다. 교육부는 더 이상 '실세 놀음'에 흔들리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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