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 노예' 투수 정현욱, "굿바이 마운드"

LG 구단에 은퇴 의사 밝혀…전성기 때 삼성 필승조 활약

한때 삼성 라이온즈 불펜의 핵으로 활약했던 투수 정현욱(38·LG 트윈스)이 프로야구 마운드를 떠난다.

최근 정현욱은 LG 구단을 찾아 은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 측이 만류했지만 정현욱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암을 극복하고 다시 마운드에 서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스스로 더 이상 선수 생활을 연장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정현욱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518경기(826과 1/3이닝) 출장에 51승 44패 89홀드, 평균자책점 3.80이다.

정현욱은 전형적인 대기만성(大器晩成)형 선수. 1996년 동대문상고(현 청원고) 졸업 후 2차 3라운드(전체 21순위)로 지명받아 삼성 유니폼을 입었으나 쉽게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고, 2008년 전성기를 맞았다. 정현욱은 안지만, 권혁, 권오준, 오승환 등과 함께 리그 최강의 불펜 '필승조'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특히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정현욱은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위력적인 투구로 상대팀 스타 선수들을 제압,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때 얻은 별명이 '국민 노예'다. 잦은 등판에도 투혼을 발휘,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덕분에 붙은 것이다.

2012년 말 정현욱은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어 LG로 둥지를 옮겼다. 계약 조건은 4년간 최대 28억6천만원. 당시로선 불펜 투수 중 최고액이었다. 이적 첫해인 2013년 2승 5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78로 호투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병마에 시달렸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데 이어 위암 판정을 받아 위를 모두 잘라내야 했다.

그래도 정현욱은 주저앉지 않았다. 암과 싸운 끝에 올해 4월 15일 한화 이글스전 때 다시 마운드에 섰다. 647일 만의 정규시즌 등판이었다. 건장하던 몸은 야위었고, 얼굴도 수척했지만 구위는 살아 있었다. 이날 세이브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알리는 등 올해 1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7.29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 보여준 정현욱의 구위는 선수 생활을 연장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애초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투혼을 불살랐는데 그 목표를 이룬 만큼 미련 없이 공을 내려놓기로 했다. 성실함과 노력, 투혼으로 상징되는 투수 정현욱의 야구 인생 제1장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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