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호 개인전…벽에 걸린 작품과 바닥 거울에 비친 작품

리안갤러리 12월 30일까지

전시장 바닥 검은 유리 설치

회화 20여점과 어울린 작업

김태호(사진) 작가는 평면성을 바탕으로 회화, 오브제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매체와 결합해 작업한다. 색면 페인팅이 조형의 기본을 이루며 꽃, 새, 의자 등 모호한 형태의 이미지가 그려진 캔버스와 조합된다.

회화의 경우 외양은 단색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겹의 물감층을 두텁게 쌓아 올려 물질이 입체감과 무게감을 가질 정도로 질료적(質料的)이다. 여러 차례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파생하는 소재 자체의 모호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한 느낌은 시각적 불편함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하 전시장 바닥 전체에 검은 거울을 설치하고 벽면에는 은은한 모노톤의 대형 캔버스를 걸었다. 차가운 거울은 캔버스가 발산하는 따뜻하고 밝은 색을, 캔버스는 거울이 발산하는 차갑고 어두운 색을 서로 흡수하며 한 덩어리가 되는 설치작품이다. 이처럼 김 작가는 조합을 단순히 이미지를 병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전시 공간에 하나의 큰 부분으로 구성했다. 이는 이번 전시의 전체 개념을 아우르는 모호함을 위한 일종의 무대 효과와도 같은 조형적 장치이다.

김 작가는 자신의 의도와 주제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은유와 상징을 직접 전달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색면과 기호화한 이미지, 때로는 여러 화면을 병치시킨다. 그는 모호하고, 경계가 애매하며, 신비스러우며, 보이지 않지만 보이고, 들리지 않지만 들리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감상자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기보다는 모호하게나마 느끼고 사색하기를 기대한다. 미니멀한 표현법, 모호한 색상과 이미지의 절제, 신비스러운 전시 공간 연출 방법 등을 통해 김 작가는 감상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명상과 같은 정신적 여유와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서울대 회화과와 파리 제8대학 조형미술학부를 나온 김 작가는 현재 서울여대 현대미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주로 미니멀한 형식의 캔버스 작업 등을 중심으로 사색적이고 감각적인 평면과 설치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신작을 비롯한 회화 20여 점과 전시장 바닥 전체를 검은 유리로 메운 독특한 설치작업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2월 30일(금)까지 리안갤러리에서 진행된다.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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