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우리 몸의 엔진이다. 심장은 1분에 60~80회 펌프질을 하면서 끊임없이 혈액을 내보내고 받아들인다. 혈액은 심장의 힘으로 온몸을 돌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몸에서 생긴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거둬들인다.
그러나 심장의 펌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이 제대로 돌지 못해 온몸에 문제가 생긴다. 이처럼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심부전'이라고 한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나 관상동맥질환, 심장질환 등은 심부전의 주요 원인이다. 심부전은 고령층 환자가 많고, 한번 걸리면 재발하기 쉽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심부전으로 추정되지만, 어떤 병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령화사회와 함께 위험도 커져
심부전은 주로 고령층 환자가 많다. 60, 70대의 심부전 유병률은 40, 50대보다 5배나 높다. 사망률도 높아서 5년 생존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환자 2명 중 1명은 5년 이내, 3명 중 1명은 4년 내에 목숨을 잃는다. 이는 가장 예후가 나쁜 암으로 꼽히는 폐암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심부전의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5%에서 2013년 1.53%로 껑충 뛰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오는 2026년에는 유병률이 2%를 넘고, 2040년에는 3.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75만 명 수준인 심부전 환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심부전은 급성 심근경색이나 판막 파열 등 급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만성 심부전이 대부분이다. 심부전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관상동맥질환이다. 관상동맥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심장근육에 손상이 일어난다.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면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을 일으킨다. 고혈압도 심부전의 위험을 높인다. 고혈압 환자는 일반인보다 심부전이 일어날 확률이 2, 3배 높다. 혈관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혈액을 보내려면 더 많은 힘이 필요하고, 심장이 점점 비대해지기 때문이다. 비대해진 심장은 혈액을 보내는 수축 기능은 강한 반면, 혈액을 받아들이는 이완 기능은 떨어진다.
이 밖에도 심장 근육 자체에 이상이 생기는 심근증이나 선천성 심장병, 심장판막질환, 부정맥 등도 심부전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만성 폐질환으로 폐동맥 고혈압이 생기거나 과도한 음주, 빈혈, 갑상선질환 등도 원인이 된다.
◆호흡곤란, 부종 등의 증상 나타나
심장은 힘이 떨어지면 온몸으로 보내는 혈액량, 즉 심박출량을 유지하기 위해 더 빨리 뛰고, 커지며 비대해진다. 심부전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혈액과 함께 운반되는 산소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운동을 할 때만 호흡곤란이 나타나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계단을 오르거나 오래 걷기만 해도 숨이 차게 된다. 심해지면 편안히 쉬고 있어도 호흡이 어렵거나 숨이 차서 눕지도 못하는 상태로 진행된다. 잠을 자다가 숨이 차서 벌떡 일어나는 발작성 야간 호흡곤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온몸의 장기로 혈액 공급이 잘 되지 않는 탓에 피로감이나 운동능력 저하, 소화불량, 불면증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다리나 발목, 발이 붓기도 한다. 서 있을 때 몸 아랫부분으로 내려온 혈액을 약해진 심장이 끌어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종은 급격한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심부전은 뚜렷한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소화불량이나 현기증 등의 심부전 증상을 다른 질환으로 오해할 가능성도 높다. 노인들에게서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나이 탓으로 무심코 넘기는 경우도 잦다.
따라서 심부전은 증상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만약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하루 1㎏ 또는 1주일에 2㎏ 이상 변화한다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체중은 매일 아침 식전에 소변을 본 뒤, 같은 옷을 입고 재는 것이 정확하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호흡이 힘들거나 다리나 발목이 붓고 복부에 통증을 느끼는지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숨이 차서 잠에서 자주 깨거나 마르고 고통스러운 기침이 자주 나오는 경우나 입맛이 없고 하루 종일 피로를 느낀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활습관 조절해야 진행 늦출 수 있어
심부전은 문진과 혈액 검사, 심전도 검사, 흉부 X-선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진단을 받았다면 관상동맥질환이나 부정맥, 판막질환 등 심부전의 원인 질환을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를 개선하기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약물요법 등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일반적인 노화 현상으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에 이상을 느끼면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성 심부전은 완치가 어렵지만 관심을 갖고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특히 식사와 운동 등 생활습관 조절은 증상을 완화시키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무엇보다 담배는 당장 끊어야 한다. 흡연은 혈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술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체중 조절과 함께 카페인 섭취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최지용 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염분은 몸을 붓게 하고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하루 5~6g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낫다. 수분 섭취도 하루 1.5~2ℓ 정도로 줄이고, 1주일에 3~5회, 한 번에 20~30분씩 가벼운 운동을 하면 좋다"면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하루 15~20분 조용히 앉아 심호흡을 하거나 요가나 명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최지용 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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