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클린턴, 부시, 오바마 등 미국 대통령들을 다룬 특집방송을 봤다. 시청하는 내내 부러웠다. 그들은 무거운 주제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기, 산악자전거, 농구, 야구, 독서, 골프 등 어떤 주제라도 진심으로 얘기를 나눴다. 또한 대화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는 위트와 유머를 끊이지 않고 주고받았다. 경직된 우리 정치인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이 프로그램의 클로징 멘트는 이랬다. "TV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욕하지 마세요. 그들이 골프를 친다고 해서 비난하지 마세요. 우리는 특별해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들은 우리처럼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그것이 어색해 보일 뿐이지요." 역설적이지만, 그들은 생각과 방법이 다를 뿐 모두 하나의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의 진보나 보수도 모두 같은 지향점을 외치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태민안(國泰民安)이다.
하지만 각자의 가치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믿음 때문에 매사 보는 시각과 해결 방법이 다르다. 심지어 100만 촛불을 보는 관점도 각 진영마다 의견이 사분오열이다.
국민들의 상식으로 볼 때 진정한 보수라면 100만 촛불이 그들의 입장에서 설사 못마땅하더라도 다수의 민의라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 책임 있는 반성과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진보 역시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여러 갈래의 의견이 있음을 존중해 오만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각 진영마다 이 정세를 놓고 서로 주판알만 튕기다 보니 그렇게 외치던 '국태민안'은 뒷전이다. 국민을 단합시키고 역량을 모아야 할 제도권이 도리어 국민 여론에 눈치를 보고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모습에 '진보나 보수나 다들 한통속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지금, 나라가 마치 끝장난 것처럼 혼란스럽다. 그러나 내년이면 대통령 선거 정국에 들어갈 것이고 여느 때처럼 우리는 나의 앞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세종대왕과 같은 성군을 기대하며 또 소중한 한 표를 던질 것이다.
설사 지난 투표에서 내가 한 표를 잘못 찍었더라도 후회는 하지 말자. 그 대가로 치른 100만 민주주의 촛불을 계기로 앞으로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를 잘 골라내고, 지금 우리 현실을 역사 발전과 진보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잘 활용한다면, 관람료로 족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100만 촛불 민주주의 콘서트를 우리 국민이 직접 주최했고, 역사의 후퇴를 바라지 않는 4천9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함께 후원했기 때문이다. 이런 염원이 잘 모여 진짜 진보와 진짜 보수가 민주주의라는 양 바퀴를 잘 굴려주길 바랄 뿐이다. 그나저나 어제 과음한 속은 북엇국으로 풀면 되지만, 꽉 막힌 우리 정국은 뭘로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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