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권 무게중심, 유승민 의원으로 '기웃'

비박계 구심점 급부상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대통령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대권 무게중심이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에게 쏠리고 있다. 비박계 좌장격인 김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비박계의 또 다른 구심점인 유 의원이 당내 대권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새누리당 개혁이 아닌 '보수' 재건과 '개헌'이라는 주제를 꺼낸 김 전 대표가 제3지대에서 정계 개편을 주도하며 당 밖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와 차기 대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폭탄선언은 23일 오전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5%에 못 미치는 지지율로 탄핵 정국에서도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자 불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대권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 직후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서 비주류 의원들과 모여 대책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는 유 의원을 비롯해 전날 탈당한 김용태 의원, 측근인 김학용, 김성태 의원, 구상찬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유 의원에게 정치권의 눈이 쏠리는 것은 유 의원과 김 전 대표가 손을 잡으면 보수의 기반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잇는 연대가 형성돼 PK 출신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에 대항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통령과 각을 세운 유 의원에게 비판 일색이었던 친박계도 이정현 대표가 나서 "당내 자산이고 매우 훌륭하신 분"(23일 기자간담회)이라고 칭찬(?)할 만큼 태도를 바꾸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김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당에 남아 당의 개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이라고 평가한다"며 당내 개혁을 위한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불출마는 새누리당을 떠나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불출마 선언문에서 그는 '새누리당 재건'이라는 표현 대신 "보수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합리적 보수 재탄생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이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론에 휩싸인 친박계가 없는 제3지대, 혹은 여권 중도 세력이 모인 제4지대에서 개혁을 주도하고 정치적 지분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개헌'을 언급한 것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해 자신이 대통령을 하지 않더라도 실권을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탈당 후 보수 정당 창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연합까지 염두에 두고 대통령이 누가 되든 자신이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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