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꺼림칙한 백신? 그래도 맞는게 낫다!

면역에 관하여...

자연주의 육아를 이유로 아이에 대한 각종 백신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이는 아이를 각종 질병에 노출시키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저절로 치유되기 힘든 악한 자연(바이러스)에는 선한 인공(백신)이 답이다. 연합뉴스
자연주의 육아를 이유로 아이에 대한 각종 백신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이는 아이를 각종 질병에 노출시키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저절로 치유되기 힘든 악한 자연(바이러스)에는 선한 인공(백신)이 답이다. 연합뉴스

'면역학'이라는 난해한 과학을 시적 은유를 동원해 아름답게, 그러면서도 냉철하게 서술한 책이다. 논픽션 작가인 저자 율리 비스는 실제로 아이를 출산하고 면역에 대한 두려움, 정확히 말하면 백신 예방접종 부작용이 아이를 도리어 해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마주했다. 저자는 이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치환했고, 저자가 취재해 정리한 책 속 답변들은 질병과 면역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확장시켜 준다.

책은 아킬레우스 신화로 시작한다. 아킬레우스를 비롯한 몇몇 신화 속 영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어머니의 희생으로 불멸의 신체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도 약점은 있고(아킬레우스의 약점은 발뒤꿈치다), 이 약점이 그들을 죽게 만든다. 이들 신화는 '누구든 완벽한 면역을 가질 수는 없다'고 얘기한다.

부모가 아이를 낳아 키우고, 그 아이는 부모가 돼 다시 아이를 낳고 키운다. 인류는 이러기를 무수히 반복해 왔다. 그래서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저자처럼 면역에 대한 두려움을 공유할 것이다. 요즘은 중세나 18세기처럼 영아 사망률이 높지 않다. 하지만 영아를 사망에 이르게 만드는 위험은 각종 질병을 포함해 허다하다. 음식, 옷, 장난감 등이 아이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지 부모들은 걱정한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위험 요소들에 대해 부모는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한국에서 벌어진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이의 건강을 지켜주려고 한 일이 오히려 아이를 죽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를 현대사회의 근본적인 두려움으로 규정한다. 과학기술이, 또 의료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 근본적인 두려움은 없애기가 쉽지 않다. 백신은 그런 두려움이 투영되는 대표적인 대상이다. 사실 백신과 병균은 다르지 않다. 시초인 종두법부터 지금까지, 백신 예방접종은 약해진 병균을 사람 몸에 옮겨 그 병균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일 뿐이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수은, 포름알데히드, 알루미늄 같은 첨가물이 일부 백신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자연주의 육아가 유행하며 아이에 대한 백신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결과 2006년부터 2015년까지 9년 사이 국내 수두 감염자는 4배로, 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 감염자는 10배로 늘어났다. 백신 예방접종 기피 현상의 바탕에 있는 주된 생각 중 하나는, 뭔가 독성이 있는 물질은 조금이라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용량이 독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유해 물질이라도 일정 용량에 미치지 못하면 해가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일반적으로 유해하지 않은 물질, 가령 물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그래서 백신 속에 들어가는 여러 첨가물은 실제로는 극히 적은 양이기에, 백신이 자폐증, 암,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심은 지나치다는 얘기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과 심지어 아이가 먹는 모유에도 수은, 포름알데히드, 알루미늄은 미량이나마 들어 있다. 인류는 병균, 바이러스, 독과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같이 살아가야 한다. 오히려 그것들을 부지런히 퇴치해주는 도구 중 하나가 바로 백신이다.

이쯤에서 자연은 무조건 선하다는 통념을 깨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연의 불완전함을 보완하는 것은 결국 백신과 같은 인공적인 것들이다. 자연 치유에 대한 믿음은 그래서 망상일 수 있다. 수두에 걸린 아이들을 모아서 놀게 하며 수두에 대한 아이들의 면역력을 키운다고 하는 '수두 파티'가 대표적인 예다. 수두에 걸리게 하는 것과 수두를 백신으로 접종시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수두는 대체로 위험하지 않지만 때로는 치명적인 피부염, 폐렴, 뇌염을 일으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아이를 죽이기도 한다.

백신 옹호론을 펼치는 저자에게 혹시 백신 회사들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은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백신의 완벽함만 줄곧 주장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백신의 불완전함도 언급한다. 어떤 백신이라도 특정 개인의 면역을 형성하는 데에는 실패할 수 있다. 또 백신의 효과는 기대한 것보다 약하거나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저자는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집단 면역'의 개념을 강조한다. 예컨대 백신이 충분히 많은 사람에게 접종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 어려워져 바이러스의 전파는 지체되다 끝내 멎게 된다. 이때 백신 미접종자와 백신을 맞았더라도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 모두 감염을 모면하게 된다. 면역은 공동의 신탁인 셈이다. 공중보건이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305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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