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세종대왕과 이순신의 시국 대화

전 MBN 앵커
전 MBN 앵커

#이순신: 전하! 오늘도 광화문의 밤은 길고도 상당히 밝을 것 같사옵니다. 벌써 5주째 만백성이 촛불을 들고 이곳으로 모이고 있사옵니다. 지난주에는 420년 전 한산도 앞바다에서 소인이 왜군을 소멸할 때 펼쳤던 '학익진 전법'과 유사한 모양의 50만 촛불이 장관을 이루었사옵니다. 금일은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비에도 사위지 않는 200만 촛불이 또다시 광화문을 밝힌다 하옵니다. 본디 '학익진 전법'은 왜놈들을 소탕하기 위해 만든 군사 전략인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날개를 펼친 학을 보고 있자니, 찢어지는 마음을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사옵니다. 소인이 이러려고 노량해전에서 목숨을 바치며 이 나라를 지켜왔나…자괴감이 드옵니다.

#세종대왕: 살아서도 죽어서도 오직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으로 이승을 등지지 못하고 이 나라를 살펴왔는데,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지금까지 광화문을 지키고 있었나…나 역시 자괴감이 든다. 사랑하는 나의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다 시력을 잃어, 내 촛불의 장관은 볼 수 없지만 만백성의 함성 소리는 생생히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어찌 청와대에는 백성들의 한숨 소리와 절규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냐. 내 일찍이 "묻지 말고 들으라" 하였다. 1430년 세계 최초로 '모두를 방문하여 가부를 듣는' 여론조사도 도입하지 않았느냐. 백성에게 묻고 또 물었는지 내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성의 4%만 긍정 평가를 했다고 들었는데, 이 어찌 만백성의 군주라 할 수 있겠는가. 남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자는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고, 위엄과 무력으로 다스리는 자는 사람들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하였느니라. 그런데 노여움에 찬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할망정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라고 반문했다는 것이 얼마나 비통한 일이냐. 백성이 나를 비판한 내용이 옳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이니 처벌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라. 설령 오해와 그릇된 마음으로 나를 비판했다고 해도, 그런 마음을 아예 품지 않도록 만들지 못한 내게 책임이 있는 것. 어찌 청와대는 역사에 남긴 과인의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지 않았더냐!

#이순신: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소인 또한 '진충보국(盡忠報國),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충성을 다해 이 나라를 받들어 왔사옵니다. 충성을 다하여 나라의 은혜를 갚고 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위하여 힘써 왔는데, 지금의 관료들은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며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다녔다 하옵니다. 과거 소인은 불의한 직속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사옵니다. 그때마다 윗사람의 지시라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직언과 고언을 올렸사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신하들은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신경 쓰고 국정은 주변의 환관들이 좌지우지한다고 하옵니다. 이 나라를 대체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잘된 정치를 하려면 반드시 전대의 잘 다스려진 세상과 어지러운 세상의 자취를 보아야 할진대….

#세종대왕: 걱정하지 말라. 짐은 5천만 백성들을 믿느니라. 저마다 가슴속에 5천만 개의 촛불을 밝히고 이 나라의 안위를 위해 마음을 한데 모을 것이다. 장군은 12척의 배로도 이 나라를 굳건히 지키지 않았는가. 이제 5천만 촛불이 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니라. 과인이 꿈꾸는 '태평성대'는 백성이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하는 것이다. 백성들이 하려고 하는 일을 혼란스럽지 않게 하려고 임금을 세워 나라를 다스리게 한 것인데, 백성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찌 다스리는 체통에 해롭지 않겠는가. 지켜보아라. 지혜로운 백성들이 반드시 대한민국을 '태평성대'로 이끌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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