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과 빗방울도 촛불 열기를 꺼뜨리지 못했다. 악천후가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하야 요구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26일 오후 5시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4차 시국대회'에 5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8천여 명)이 참가해 지난 주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오후 2시쯤부터 비가 내렸고 한때 거센 눈발이 몰아치면서 참가 인원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본 집회가 열린 오후 5시 전후로 시민들이 모여들어 수많은 인파가 촛불을 밝혔다. 지난 주보다 참가자가 크게 늘면서 시가 행진에 모든 참가자가 출발하기까지 30여분이나 걸릴 정도였다. 발언자로 나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 씨는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 씨는 "일본군에게 끌려가던 날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자기가 뭐라고 합의 도장을 찍느냐"며 "사람을 죽이는 대통령을 대구가 뽑았으니 대구 시민들이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이날 집회 준비에 시민들의 후원금이 3천만원 가까이 쓰인 만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본 집회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8시쯤 시작된 방송인 김제동의 광장콘서트 '만민공동회'였다.
무대에 오른 김 씨는 "헌법 제1조 2항에 따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일가에게 권력을 줬다면 헌법 위반이므로 즉각 체포하고 내란죄로 구속해야 한다"며 "오늘은 높은 사람이 아닌 주권자인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돌려 드리겠다"며 광장콘서트를 시작했다.
이날 행사는 시민들이 시국에 관해 자유발언을 하면 김 씨가 헌법 정신을 근거로 나름의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논의된 주제는 저출산 대책부터 외교국방문제까지 다양했다.
김 씨는 연신 "고향에 와서 너무 좋다"라는 말을 했고 시민들도 애정을 보였다. 김 씨는 추운 날씨 탓에 떨고 있는 시민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주거나 핫팩을 쥐여주었고 한 시민은 김 씨에게 즉석에서 목도리와 장갑을 선물했다. 김 씨가 졸업한 달성고 선후배들 간의 대화도 화제였다. 발언에 나선 박종훈(36) 씨가 '달성고 27회'라고 소개하자 김 씨는 "나 17회야, 똑바로 서" 라고 말해 객석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김 씨가 진행한 만민공동회는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긴 오후 9시 30분에 마쳤다. 김 씨는 "대구는 일제와 독재에 저항한 민족의 고향이면서 전태일의 고향이다. 대구경북민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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