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은택 "최순실 지시로 2014년 김기춘 비서실장 만났다"

재판 앞두고 변호인 통해 폭로

최순실 씨 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 씨가 변호인을 통해 최 씨 지시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 최순실 씨 등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차 씨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27일 오후 차 씨가 구속기소된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재진과 만나 "2014년 6, 7월쯤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김 비서실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를 만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최 씨가 차 씨에게 '어디론가 찾아가 보아라'고 해서 지시에 따랐고, 그 장소가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이었다는 게 김 변호사 설명이다. 여기서 차 씨는 김 전 실장과 10분가량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모임 성격을 '인사하는 자리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의 말은 최 씨와 김 전 실장 간 모종의 관계가 있었음을 드러냄과 함께 당시 참석한 인물들의 면면으로 짐작해보면 인사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김 전 실장은 최 씨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다고 관련설을 일축한 바 있어 차 씨와 김 전 실장 간의 진실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김 변호사는 "차 씨가 김 전 실장에게 송성각(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직접 소개했다고 전해진 건 오보"라며 "최 씨에게 송 씨를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차 씨가 경기도 화성 기흥컨트리클럽(CC)에서 최 씨,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과 골프를 친 것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기흥 CC는 운영사인 삼남개발이 지분 50%를 가진 사실상 김 회장 소유의 골프장이다.

김 변호사는 "모임의 성격과 당시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모른다"면서도 "자리를 제안한 건 최순실 씨로 추측된다"고 부연했다.

김 변호사는 또 최 씨 측이 차 씨에게 "다 떠안고 가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김 변호사는 "차은택이 중국에 있을 때 김성현(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전화해 '회장(최순실)이 형이 다 안고 가야 한대. 난 이번에 조금 가볍게 안고 갈 거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차은택이 '네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그 이후 통화가 끊겼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언급한 김성현(43) 씨는 차 씨의 후배이자 차 씨의 추천으로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 된 인물이다. 그는 이달 초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 변호사는 차 씨가 미르재단 출범 때 이사장 등 주요 인사를 추천한 것은 사실이나 실제 재단 운영은 김 씨가 최 씨 측과 함께 주도했다며 관련 의혹에 대한 책임을 역으로 떠넘겼다.

김 변호사는 차 씨가 회사 직원을 통해 알게 된 펜싱선수 출신 고영태 씨와 동업을 하는 와중에 고 씨를 통해 최 씨를 알게 됐으며, 애초 최 씨를 "그냥 돈 많은 강남 아줌마, 재력 있는 아줌마 정도로 알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차 씨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이권에 개입한 사실이 없으며 그가 2014년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 등이 된 것은 최 씨가 먼저 추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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