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연장에서 우리는 다양한 연주자와 작품을 만나지만 정작 작곡가를 접할 기회는 드물다. 그래서 대구에도 작곡가들이 있기는 한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대구는 다른 도시에 비해 작곡가 협회와 동인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대구작곡가협회, 영남작곡가협회, 전자음악협회, 새온소리 등 다양한 작곡 관련 모임이 있고, 그 모임을 중심으로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작곡가 진영민(경북대 음악학과 작곡 전공교수·사진)은 서양음악으로 한국의 정서와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작곡가다. 그의 작곡 작업은 오늘날 난해한 현대음악과는 반대로 음악적으로는 단순하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철학적인 작품을 추구한다. 음악의 근원, 본질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지난 9월과 10월에는 유럽을 대표하는 연주홀 3곳(베를린 필하모니홀, 프라하 스메타나홀, 빈 뮤직페어라인 골든홀)에서 자신의 창작곡 '창발'(Emergence for Orchestra)을 대구시향의 연주로 공연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 곡은 서양음악의 형식과 기법으로 한국의 이미지와 가치관을 녹여낸 작품이다.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우리 삶의 방식은 서양식이지만, 그 내용은 지극히 한국적임을 음악으로 드러낸' 것이다. 앞서 1992년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00주년 기념 위촉곡 '관현악을 위한 도솔가' 역시 동양의 재료를 서양의 기법으로 작곡한 것이다. 이 곡은 1992년 오스트리아 국립방송국이 개최한 '한-오 수교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연주됐는데, 한국 전통음악의 짓소리를 현대 음악의 선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서양 악기와 서양 음악에 익숙한 유럽인들은 진 교수의 색다른 음색에 깊은 관심을 나타낸다. 악기 소리는 익숙한데 느낌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오페라는 유럽의 음악 장르이지만 진 교수가 작곡한 오페라 작품은 모두 한국의 이야기, 한국의 정서를 담고 있다. 2003년 창작한 '신종'은 에밀레종 이야기이고, 2006년 창작한 '불의 혼'은 국채보상운동, 2010년 창작한 '이매탈'은 안동 탈춤, 2015년 창작한 '가락국기'는 독도에 관한 작품이다.
진 교수는 작곡을 벽돌 쌓기와 퍼즐에 비유한다. 그의 작곡 방식은 일단 전체를 형상화한 뒤 세부적으로 하나씩 채워가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서 전체적으로 쌓은 벽돌 한 장, 한 장이 전체를 지탱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로 기둥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벽돌 한 장 한 장이 큰 그림인 동시에 디테일인 셈이다.
전통 클래식 음악을 주로 발표하고 있지만 극과 음악이 혼합된 장르에 관심이 많고 최근에는 컴퓨터 음악이 결합한 영상, 무용, 마임 장르의 작품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여러 편의 창작 오페라를 쓰면서 극 중 사건을 통해 우리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공연이 끝나도 관객은 각자의 일상에서 공연 작품과 닮은 듯한 상황과 마주 서기 마련이다. 음악이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일상의 공간과 무대의 경계는 상당히 허물어졌고, 클래식과 대중의 거리 또한 매우 가까워졌다. 내가 주변 이야기, 사람살이를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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