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연루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당초 "최순실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고 선을 그었던 김 전 실장은 잇단 폭로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을 만나긴 했다"고 해명했지만, 날이갈수록 그와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진술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헤럴드경제는 28일 "김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를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김기춘 전 실장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돌봐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김종 전 차관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정씨의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씨가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기량미달을 이유로 승마계에서 잡음이 일자 김 전 차관이 정 씨 대신 해명에 나서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만약 김기춘 전 실장이 정유라 씨를 돕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동안 최순실 씨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어 온 김 전 실장의 주장은 사실상 거짓이 된다.
여기에다 최순실 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는 전날 "최순실 씨의 지시로 김기춘 전 실장을 만났다"고 어제 변호인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차씨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는 "차 감독이 2014년 6~7월 사이 김 전 실장 공관에서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와 김 전 차관을 만났다"며 "이는 최 씨가 가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역시 검찰에서 "김기춘 전 실장을 통해 최순실 씨를 소개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런 차씨측의 주장에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한 번 만나보라'고 해서 공관에서 차은택 씨를 만났다"며 "최순실 씨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김 전 실장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28일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해 "법 미꾸라지이자 형량을 즉석에서 계산할 수 있는 형량계산기"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김 전 실장은 최순실과의 만남을 부인하고 박 대통령을 끌고 가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자백과 반성이 필요한 사람이 김 전 실장"이라며 "김 전 실장은 40년 전에 최태민의 전횡을 조사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과 권력을 주물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두목인 김 전 실장은 지금이라도 제 발로 검찰로 찾아가 수사를 자처하라"며 "그것이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최소한의 도리이고, 수많은 업적을 남긴 장본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김 전 실장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를 촉구하면서 "특검이 끝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김기춘에 대한 수사가 남았다. 특검이 끝을 봐야 한다"면서 "(김 전 비서실장은) 이번 게이트 이전에도 유신헌법 초안자, 중정 대공수사국장, 초원복국집 사건 주모자 등등 현대사 질곡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정희 대통령 때 중앙정보부에서 대공수사국장을 지냈고, 유신헌법의 초안자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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