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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가고 트럼프 오고…미-쿠바 '해빙 모드' 불확실성 증폭

공산혁명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잃은 쿠바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새로 맞이하는 미국 사이의 '해빙 모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對)쿠바 정책에 반감을 보인 까닭에 미국과 쿠바 사이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카스트로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밤 타계하면서 지난해 반세기 만에 국교를 정상화한 미국과 쿠바 관계의 앞날이 양국 국민 사이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

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된 라인스 프리버스는 2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쿠바가 사상'종교의 자유 등 민주주의 가치를 수용하지 않으면 적어도 트럼프 정부가 나서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주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프리버스는 "쿠바 정부 내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지금처럼) 일방적인 거래를 가지고 갈 순 없다"며 쿠바 내 변화를 강조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도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대선 공약대로 트럼프가 쿠바에 양보한 것들의 철회를 1순위 과제로 삼을 게 분명하다고 예상했고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도 "오바마 정권의 관계 정상화로는 쿠바 내 자유 증진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9월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대선 유세에서 쿠바가 민주주의 가치 수호와 정치범 석방 등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유화정책을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공언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12월 쿠바와 관계 복원을 선언하면서 해빙 분위기의 물꼬를 텄다. 지난해 7월엔 1961년 외교 단절 이후 54년 만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열었다. 미국과 쿠바를 오가는 상업용 정기 항공편 운항도 반세기 만에 재개됐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후에도 쿠바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카스트로의 타계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전 세계가 '야만적인 독재자'의 죽음을 목격했다며 "피델 카스트로의 유산은 총살형과 절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가난, 기본적인 인권의 부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권 인수위는 아직 쿠바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인수위에 쿠바 정권에 비판적인 모리시오 클래버캐런 '쿠바 민주주의정치활동위원회' 위원장이 들어가면서 앞으로 미국의 쿠바 정책이 강경해질 것을 예고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다져놓은 양국의 긴장 완화 분위기가 다시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AP통신은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피델 카스트로의 타계로 "미국과 쿠바 사이에 놓인 가장 큰 심리적인 장벽이 걷혔지만,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정권이 넘어가기에 앞서(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이 추가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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