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라는 나라의 현재 모습을 만든 피델 카스트로가 세상을 떠난 이후 쿠바는 무거운 침묵 속에 '성대한'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향년 90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지 이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는 예상 밖으로 조용한 풍경이었다.
택시를 모는 디에고 멘데스(38)는 "장례식이 열리는 12월 4일까지 모든 술집이 문을 닫았고 음악을 크게 트는 것도 금지됐다"며 "피델 카스트로의 죽음은 일생에 한 번 있는 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멘데스가 모는 택시의 오디오에선 으레 나오는 라틴 스타일 힙합 '레게톤' 대신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과 장례 일정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뉴스만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아바나 시민 마누엘라 에르난데스(30)도 "쿠바인 모두가 예상했지만, 모두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 바로 피델의 죽음"이라며 "어떤 의미에서건 우리나라의 상징과도 같던 인물이 떠났다. 엄숙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쿠바 반체제 정치범 부인들의 모임인 '레이디스 인 화이트'(Ladies in White)도 엄숙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로 했다.
AFP통신은 레이디스 인 화이트 소속 부인들이 카스트로 전 의장을 애도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거리에서 시위 등 도발 행동을 하지 않고 집에 머물기로 했다고 전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장례 일정은 28일 아바나의 혁명광장에서 열리는 추념식부터 시작한다.
혁명광장은 말 그대로 1959년 카스트로 전 의장이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등과 이뤄낸 쿠바 혁명을 상징하는 곳으로 생전 그가 대중 연설을 하곤 했던 장소다.
라디오 아바나쿠바 등 쿠바 관영 매체들은 '모든 쿠바인'이 광장에 모일 것이라고 전하고 있어 얼마나 많은 인원이 카스트로의 마지막 가는 길에 모일지 관심을 끌고 있다.
아바나 시민 미리암 디에고(27)는 "지난 3월 영국 밴드 롤링스톤스가 아바나에서 콘서트를 열었을 때 60만 관중이 모였다"며 "아바나 시민 200만 명 중 상당수와 시골에서 온 사람들까지 모여 그 정도였다. 이번엔 아마 더 많은 사람이 광장을 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스트로 전 의장과 거의 동시대를 살아온 브라울리오 알메이다(72)는 "혁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피델이 권력을 잡으면서 모두가 평등하게 살게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의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보라. 내일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강제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카를로스 오브레곤(43)은 "피델의 죽음은 큰 손실"이라며 "모두에게 고통스러울 것이다. 나는 혁명의 시대에 태어났고 피델에게 큰 빚을 졌다. 내일은 엄청난 역사의 한 장이 될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AFP통신은 "학생들은 아바나대학 옆에서 촛불을 드는 등 공식적 장례 일정이 없는 일요일에도 그를 기리는 행사가 이어졌다"며 "야구경기 관람도 금지됐다"고 전했다.
관광 명소와 유흥 장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쿠바를 찾은 관광객들이 '불똥'을 맞았다.
흥겨운 살사 음악과 모히토를 기대하며 지중해의 섬나라를 찾은 관광객들은 음악과 술 대신 슬픔에 젖은 쿠바를 마주해야 했다.
많은 박물관이 문을 닫았고 라이브 음악 금지로 콘서트가 취소됐다. 유명 나이트클럽 '트로피카나'를 비롯한 유흥 장소들의 불도 꺼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유해는 유언에 따라 화장될 예정이다. 29일까지 이어지는 아바나 혁명광장 추념식이 끝나면 전국 주요 도시를 순회한 다음 달 4일 동부의 쿠바 제2도시 산티아고 데 쿠바에 묻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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