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노점상을 하며 모은 돈 1억원을 뜻깊은 일에 써달라며 기부한 익명의 70대 할머니가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9일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충북모금회)에 따르면 2013년 11월 재래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던 익명의 할머니(79)가 충북모금회를 찾아와 1억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전달했다.
하얀 고무신을 신고 수수한 차림으로 모금회를 찾은 그녀는 당시 한사코 자신의 이름도, 정확한 나이도 알리지 않았다. 단지 어려운 곳에 잘 써달라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자리를 떴다.
할머니는 6'25전쟁 당시 월남해 청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수십 년 간 노점상 등으로 생계를 유지했으며, 홀로 자식들을 무사히 길러낸 데 감사하고 그 은혜를 사회에 갚는다는 심정으로 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던 할머니는 결국 충북 아너소사이어티 8번째이자 유일한 익명의 회원으로 남았다.
할머니는 가끔 모금회를 찾아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이 걸린 아너소사이어티 명예의 전당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그러다 한동안 연락이 끊기면서 모금회에서도 할머니의 기억이 잊힐 무렵인 지난 6월 충북모금회를 찾아온 할머니의 남편은 "2개월 전에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기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충북모금회 관계자는 "고무신을 즐겨 신을 정도로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으셨던,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사셨던 분"이라고 할머니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가족 중에는 할머니가 1억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안다"며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셨을 만큼 묵묵히 선행을 실천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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