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박근혜 대통령은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기 단축 등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서 결정해달라고 했다. 국회는 뜻하지 않게 대통령의 거취라는 골칫거리를 덜컥 떠안게 돼 혼돈 정국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누가 '금'이라도 좀 그어 주면 좋으련만.
예상대로 야권은 대통령의 담화 직후 탄핵 저지를 위한 꼼수, 교란책이나 물타기라고 비난하며 즉각 '탄핵 추진 불변'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또한 새누리당 비주류 역시 퇴진 문제를 논의하겠지만 탄핵카드도 함께 갖고 가겠다고 했다. 이는 국민을 실망시킨 두 차례 담화와 마찬가지로 이번 담화 역시 국민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한 '불량품'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대통령이 완전 백기를 들지 않은 이상 탄핵을 접고 회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도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 탄핵을 하든 안 하든, 새 총리를 뽑고 퇴진 일정을 정하든 안 하든 못하든, 모두 국회가 판단해서 할 일이 돼버렸다. 국회로 공이 넘어왔다는 건 사실상 야권에 정국 해법의 주도권이 주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야권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을 이끄는 건 최대 계파인 친노'친문계를 대표하는 문재인 전 대표다. 결국 문 전 대표가 야권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도 정의당도 있지만 야권 주도세력은 아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인 새누리당이 국회를 주도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문 전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래서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하지만 야권 추천 총리 임명도, 황교안 권한대행을 막기 위한 '대타' 구하기도 모두 불발로 만들어 정국을 꼬이게 만든 주역이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이라는 비판은 부담이다. 국민들 눈에 비친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잠시도 한눈을 팔 겨를을 주지 않을 것 같은 시국이다. 박 대통령의 운명까지 국회가 하기 나름이 된 판에 문 전 대표가 더 이상 좌고우면하면 곤란하다. 대책 없이 '뿔고'만 고집해서도 안 된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혼돈의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리더이고 수권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나를 따르라는 건 일시적일 수는 있어도 지속성을 가질 수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갖고 있는 국민들이다. 이들에게는 문 전 대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답답하기만 하다.
비록 여론지지도에서 선두라지만 문 전 대표에게 적신호가 켜진 거라고 보는 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문 전 대표의 11월 넷째 주 지지율은 21.2%였다. 대세론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10월 말에는 20.9%였다. 그가 1위를 한 배경은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지율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의 지금 지지율 21%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득표율 48%의 절반도 안 된다. 최근 30%를 넘은 적은 없다. 20% 아래로 떨어진 적이 더 많다. 그런데도 문 전 대표에게는 미래도, 포스트 박근혜에 대한 구상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탄핵이든 하야든 박 대통령 퇴진 후 60일 만에 치러질 대선이라면 '내가 제일 유리하다'는 판단만 하는 것이라고 수군댄다.
물론 수치상으로 문 전 대표가 제일 유리할 수 있다. 조기 대선이라면 후보 난립이 불가피하므로 과반 대통령은 기대하기 힘들다. 20% 대통령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문 전 대표는 이런 질문에 어떤 답을 하려는가? "20% 대통령을 바라는가?" "20% 지지로 5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다고 보는가?"
50%를 넘긴 대통령도 만신창이가 되는 판이다. 유력 주자 문재인의 대분발이 꼭 필요한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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