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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화재, 3분만에 도착하고도 노점상에 발묶인 소방차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들이 비좁은 통로에 길게 늘어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들이 비좁은 통로에 길게 늘어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서문시장 4지구 주변 노점 탓에 소방차가 접근하기 어려워 화재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문시장에는 119 안전센터가 있어 소방차와 소방관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어 초동 대응은 빨랐지만 정작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4지구 상인 김모(72) 씨는 "119 안전센터가 4지구 건물 옆에 있으면서 불이 이토록 커지도록 소방관들은 뭘 하고 있었나"며 "이런 화재에 제대로 대처도 못하는데 소방서가 있을 필요가 있나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초동 진압은 오히려 비교적 빠르게 이뤄진 편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8분 신고가 접수된 즉시 출동해 3분 뒤인 2시 11분 현장에 도착했고 이후 소방대원 700여 명, 헬기 2대 등이 동원돼 진화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소방차는 4지구 노점 탓에 쉽게 화재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6~10m의 간격이 있어 소방차가 지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는 해당 도로에 노점이 점령하면서 소방차가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용래 중부소방서 서장은 "서문시장에서 화재 신고가 들어오면 소방관들은 일단 장비를 챙겨 직접 뛰어서 출동한다"며 "소방 통로가 협소해 인원이 먼저 도착하더라도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점이 화재 대응에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인 김만곤(67) 씨도 "노점들이 평소 해당 길목을 점유해서는 안 된다"며 "야시장 상인들의 경우 장사를 마치면 부스를 치우고 집에 간다. 노점들도 최소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항상 화재의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칸막이 없이 큰 홀 형태로 돼 있는 건물 구조와 섬유 위주의 품목도 초기 진압을 어렵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건물 내부가 방 형태로 나뉘어 있다면 방을 나누는 벽이 방화벽 역할을 할 수 있지만 4지구 건물의 경우 이 같은 벽이 없었다. 배 서장은 "건물 내부가 하나의 큰 공간으로 돼 있어 안에 있는 이불, 옷가지 등 섬유 제품이 타면 불이 빠르게 확산된다"며 "게다가 섬유 제품이 타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열기로 인해 소방관들이 쉽게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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