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1일은 UN이 정한 세계에이즈의날이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세계에이즈의날 슬로건은 '90-90-90'이다. 이 슬로건은 90% 검사, 90% 치료, 90% 효과를 표방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HIV(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즉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 감염인의 90%가 검사를 통해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지하게 하고, 이들의 90%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며, 감염인의 90%가 치료 효과를 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슬로건은 '감염 제로, 사망 제로, 편견 제로' 등의 상징적인 선언이었다면, 올해 슬로건은 달성 가능한 목표와 구체적인 실천에 방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과 에이즈가 불치병이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치료약을 먹으면 일반인과 같은 평균 수명을 누릴 수 있는 만성질환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에이즈 감염 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통계 조사에서 '일부 혹은 모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치료를 시작할 것'이라는 응답률이 37.4%인 것으로 미뤄 볼 때 에이즈가 만성질환이라는 사실을 일반인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검사율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 연구 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 이내 에이즈 검사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11.1%에 그치며 자신이 에이즈에 걸릴 가능성이 없다는 낙관적 태도를 가진 사람이 무려 92.8%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 접촉 시 70.2%가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결국 이러한 낙관적 편견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자발적 검진의 부재는 물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저조한 콘돔 사용률이라는 성적표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낙관적 편견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무엇보다도 에이즈 발병 초기에 정부가 세운 에이즈 퇴치 및 박멸이라는 격리와 검역 위주의 정책이 문제였다. 게다가 언론은 이 정책에 대한 검증과 비판 없이 '소나무 재선충'을 '소나무 에이즈'라고 표현하는 등 감염인을 극도로 혐오하게 만들어 감염인과 비감염인을 분리하고 차별하게 만들었다. 에이즈의 예방법, 관련 정책, 감염인의 건강한 삶 등의 사례를 보도하여 국민의 건강권, 생명권을 보장하려고 했던 해외 언론과 국내 언론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감염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피 심리의 사회적 병리 현상이 극심하게 되었고, 감염인들은 존재하지만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채 빈곤과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고립되어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예산 확충, 적절한 지원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선 예방 후 지원 시스템으로 완전한 효과를 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이런 해결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염인과 비감염인이라는 상대적, 분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감염인의 인권이 제한되면 될수록 비감염인의 인권이 보장될 것이라는 사고에서부터 벗어나 '너의 인권이 보장될수록 나의 인권도 보장된다'는 폭넓은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심과 태도는 감염인의 90% 검사, 90% 치료, 90%의 효과라는 슬로건이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2030년까지 에이즈 제로를 목표로 해 세운 이 슬로건이 성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에이즈를 바르게 인식하고 공감하며 실천하는 용기를 갖도록 하자.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