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큰불…대구의 마음도 불타버렸다

11년 만에 또 '악몽' 점포 679곳 잿더미, 건물은 대부분 붕괴

30일 오전 2시 8분께 대구 서문시장 내 4지구 상가에서 대형화재가 발생, 붉은 화마가 4층 건물 전체를 삼키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30일 오전 2시 8분께 대구 서문시장 내 4지구 상가에서 대형화재가 발생, 붉은 화마가 4층 건물 전체를 삼키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서문시장이 또다시 찾아온 거대한 화마로 인해 잿더미로 변했다.

30일 오전 2시 8분쯤 서문시장 1지구와 4지구 상가 사이에서 화재가 발생, 4지구 건물 상당 부분이 붕괴되고 점포 입주 상가 전체인 679곳(소방서 집계)이 불길에 휩싸이는 등 초대형 피해를 입었다.

이날 불은 지난 2005년 12월 1천여 곳의 점포를 태우고 600여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대화재 이후 11년 만에 또다시 재연됐다.

재산피해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이날 화재는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고 의류, 침구, 커튼 등을 파는 점포가 많은 탓에 유독가스와 연기로 인해 소방관들도 진화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관들이 화재 발생 3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노점들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피해를 키웠다. 화재 규모가 커지자 대구시소방본부는 소방본부장이 지휘하는 비상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소방차 97대와 인력 870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건물이 붕괴된데다 유독 물질이 많아 잔불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소방당국은 1일 새벽까지 화재 진압에 나서고 있다. 뚜렷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경찰은 수사전담팀(29명)을 편성해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른 새벽 화재로 4지구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대다수 상인들이 매장과 창고에 물건을 쌓아둔데다 상가 철거가 불가피해 장사 재개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게가 불타는 현장을 눈물로 지켜보던 4지구 상인들은 "모든 상인들이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장사를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망연해 했다.

하지만 상인들이 받을 피해 보상액은 턱없이 적을 전망이다.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한 화재보험 보상 금액이 적은 데다 대다수 상인이 개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충분한 피해 보상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상인들이 정상 영업할 수 있도록 대체상가 확보와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는 중소유통업구조개선자금을 일반회계 예비비로 전환한 뒤 임차보증금(전세보증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중구청은 피해 상인들이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물색하고 있다. 시는 국민안전처에 서문시장 4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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