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자기 인생을 살겠다며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중퇴한 소녀가 47년이 흘러 호주 사상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원장이 됐다.
1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연방 대법관인 수전 키펠(62)은 맬컴 턴불 총리로부터 신임 대법원장에 임명돼 내년 1월 말 공식 취임한다.
호주 연방 대법원장에 여성이 임명되기는 1903년 대법원이 출범한 이래 113년 만에 처음이다.
역사적인 첫 여성 대법원장 탄생도 눈길을 끌었지만, 보통 엘리트 법조인과는 다른 길을 걸어온 키펠의 인생 역정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호주 동북부 케언스에서 태어난 키펠은 고교 1학년을 마친 15세 때 기술학교에 가서 비서 업무를 배우는 게 낫겠다며 중퇴했다. 하루라도 빨리 자기의 인생을 찾겠다는 생각이었다.
키펠은 대법원장으로 낙점된 뒤 "나는 학교를 좋아하지 않았다"며 "당시에는 학교 밖으로 나가서 직업을 찾아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친구는 "그녀는 세계가 아주 흥미로운 곳이라고 생각했고, 학교가 이런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말했다.
비서 업무를 배운 키펠은 주택금융조합의 타이피스트로 일을 시작했고, 곧 브리즈번 법률회사의 안내 데스크로 자리를 옮기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한 변호사가 키펠에게 법률 공부를 하도록 자극을 줬고, 키펠은 낮에는 풀타임으로 일하고 밤에는 법 공부를 하는, 말 그대로 주경야독에 들어갔다.
키펠은 중퇴하고 약 5년이 지난 1975년부터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법학 석사 학위도 땄다.
그 이후로 그의 경력은 여성을 향한 보이지 않는 사회적 차별인 '유리 천장' 깨기의 연속이었다.
퀸즐랜드주에서 여성으로는 최초로 법정변호사 중 우수하고 명망 있는 사람에게 부여하는 퀸즈카운슬(Queen's Counsel'약칭 QC)이 됐다.
판사로 활동하면서 1993년에는 퀸즐랜드주 사상 최초로 여성 주대법원 판사가 됐고, 2007년에는 여성으로는 사상 3번째로 연방 대법관에 임명됐다.
키펠은 "내 인생에서 일찍 내 길을 찾은 것은 큰 행운으로, 단계마다 지원과 격려를 받았다"며 자신의 다양한 경험이 대법원장직 수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풀타임으로 일하고 밤에 공부하면서, 5년 동안 휴가를 전혀 갖지 못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과 같은 길을 걷도록 조언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버트 프렌치 현 대법원장이 내년 1월 만 70세의 의무 퇴직 연령으로 물러나면서 공석이 되는 대법관 자리는 올해 42세의 제임스 에델만 연방판사가 맡게 된다. 7명의 대법관 중 현재 여성은 키펠을 포함해 3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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