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브로코미디 '형'

조정석·도경수, 꽃미남 형제 뻔한 브로맨스

찌질남 연기의 최고봉인 조정석과 모범생처럼 반듯한 이미지의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 도경수가 만나 그려내는 브로코미디(브라더 로맨스코미디)이다. 현재 한국영화는 남자배우들이 주도하고 있고, 소재도 남성 간의 우정을 그리는 경우가 많으며, 장르적으로는 스릴러 액션이 중심에 있다. '형'은 투톱 남자 스타를 기용하여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를 섞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웃음과 눈물의 코드를 적극 활용한다.

형제 코미디의 플롯은 장르화되어 버렸다. 흔히 너무도 다른 성격과 처지에 있는 형제가 서로 반목하고 견원지간으로 지내다, 돈과 관련된 어떤 불순한 계기로 함께 지내게 되면서 형제애를 확인하고 서로를 위한다는 플롯 구조를 가진다. 거기에 누군가의 불치병이나 죽음, 혹은 감옥행이 결정된다면, 형제애를 이제야 확인했는데 헤어지게 된다는 극적 엔딩이 펼쳐진다. 그리하여 영화는 너무 늦게 깨닫게 되었다는 비극성을 강조하며 눈물을 쏙 뽑아내기 마련이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자폐인 형과 사기꾼 동생을 연기하는 '레인맨', 철없는 형 이정재와 조로증에 걸린 겉늙은 동생 이범수의 '오 브라더스', 목사 형 조진웅과 박수무당 동생 김성균의 '우리는 형제입니다' 같은 영화들이 있다. 대개 형제 코미디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서로 적응하는 가운데 좌충우돌하는 해프닝이 연발되며 웃음을 만들고, 곧 서로의 오해를 풀고 핏줄이 전하는 진한 가족애를 느끼지만, 이내 이별해야 하는 상황에서 눈물을 만들어낸다.

'형'은 그러한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플롯이 진행된다. 그리하여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들이 이어진다. 거기에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의 감동을 섞는다. 그러나 전형적인 구조와 상황 연출, 캐릭터화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웃기고 감동적이다. 그만큼 가족 코드라는 것이 위기와 불안의 시대에 통하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가족을 둘러싼 인식은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가진다. 자기 가족의 안위를 위해 남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가족 이기주의,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변변치 않을 때 그래도 기댈 것은 가족이라는 가족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다. 현 정권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며 가족 이기주의가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구석구석 좀먹는지 우리는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각종 어이없는 대형 사고들을 겪으면서 국가와 사회의 안전망이 무너질 때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영화는 가족 이기주의의 몹쓸 폐해를 그리거나 가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이야기를 담곤 한다.

유도 국가대표 고두영(도경수)은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시력을 잃는다. 이 소식을 들은 사기 전과 10범의 형 고두식(조정석)은 눈물의 석방 사기극을 펼친다. 하루아침에 앞이 깜깜해진 동생을 핑계로 1년간 보호자 자격으로 가석방된 두식은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이 없다가 집으로 돌아와 두영의 삶을 더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맨발의 기봉이'(2006)를 연출한 권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7번방의 선물'(2013)의 유영아 작가가 각본을 담당했다. 이 두 사람의 컬래버레이션은 영화의 성격을 충분히 짐작게 한다. 영화는 제작진의 전작인 두 영화의 장점과 한계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전반부의 코미디는 느물대는 조정석의 개인기로 끌어가고, 후반부의 신파는 도경수의 눈물 연기의 가능성에 기대지만, 아무래도 신파는 오글거린다. '제발 그 대사만 하지 말았으면' 했던 말이 예상대로 흘러나온다. '엑소'의 어린 팬들과 연세가 있는 관객들이 한 극장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는 풍경이 예상된다. 신파적이지 않은 산뜻하고 쿨한 휴먼 코미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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