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기본은 국가안보를 지키고 국부를 증진시키며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국민이 투표로 국회의원을 뽑고 많은 세금을 들여서 국회를 운영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든 무엇이든 지금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외환위기 때 한국경제는 한창 발전하는 청장년기에 사고를 당한 형국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위기를 당했지만 혈기왕성하게 금 모으기도 하고 기업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했었다. 이를테면 삼성은 세계 최고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뿐 아니라 외환위기 때 한국은 아직 고령화가 본격화되기 전 지금보다 훨씬 젊은 나라였기 때문에 위기를 딛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었다. 외부에서도 당시에는 한국이 반드시 재기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IMF(국제통화기금)가 구제금융을 주었고 우리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서 조기상환을 하고 IMF관리 체제를 앞당겨 졸업하였다.
지금의 경제환경은 그때와는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우선 경제의 근본 바탕을 이루는 인구구조가 심각한 상황이다. 고령화 진전 속도가 일본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가 되었다. 조선과 해운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철강에 이어 수출 한국의 견인차인 전자산업도 삼성 휴대폰 폭발사고가 상징하듯이 불길한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인구도 경제도 늙어버린 한국에 대해서 외국의 시각은 외환위기 때와는 판이한 반응을 보인다. 외환위기 때는 당시 한국에 진출해 있었던 미국이나 유럽의 외국기업들이 대거 철수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얼마 동안 고생은 하겠지만 한국경제가 부활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핵도발보다 정치 리더십과 경제의 동반 추락이 나라의 앞날을 더 암울하게 한다"는 것이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이나 미국, 유럽 경제컨설팅 기관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인이 사고를 당하면 일어나기 힘든 것처럼 한국경제가 '최순실 사태'라는 정치 쓰나미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는 등에 땀이 나는 진단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놓고 한국과 이해가 걸린 외국기업이나 투자자들은 걱정을 하는데 막상 당사자인 우리는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형국이다. 아예 경제는 남이 알아서 해주고 우리는 정치만 하면 나라가 잘 풀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경제가 죽어가는 데도 태연하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시시각각 주시하고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고 전자산업까지 빨간불이 켜진 데 대해 걱정하는데도 국내 뉴스에서 경제뉴스가 관심사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도층이든 국민이든 도시든 농촌이든 날이면 날마다 온통 정치뉴스로 날을 밝히고 밤을 지새운다. 경제를 제쳐 놓고 정치에 몰입하더라도 세계에 비치는 국격을 생각하고 국가안보 국부증진 국민행복을 상위 가치에 놓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면 외국인 투자자들도 덜 불안해 할 것이다. 그런데 촛불민심이 장기화될수록 정치는 갈수록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의 거취가 경제나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민하는 모습은 여당도 야당도 보수도 진보에서도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이번 사태가 나 개인의 정치적 입지와 장래에 어떻게 작용할까, 내가 속한 정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하는 계파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정치 난장판 속에서도 그래도 지방이라도 제정신을 갖고 제대로 버텨주기 때문에 그나마 나라에 희망이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줄기차게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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