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예산 낭비한 포항 만인당, 철거 여부부터 결정할 일

포항시가 70억원을 들여 2013년 7월 개관한 복합 체육시설인 만인당(萬人堂)의 부실 공사에 따른 시설 보수를 두고 포항시의회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포항시가 보수 예산으로 요청한 10억원을 시의회가 삭감해서다. 게다가 국무조정실 부패척결단의 점검 결과, 만인당은 설계부터 여러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반도 36년 동안 계속 34㎝나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진단까지 나왔다. 자칫 돈만 삼키는 애물단지가 될 판이다.

만인당의 문제는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을 바탕으로 공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먼저 공사에 앞서 만인당이 들어설 부지는 5개 지반 등급 가운데 가장 낮았으나 당시 담당 부서 공무원 2명은 한 단계 높게 표기해 건물을 설계하도록 했다. 또 잘못된 기준에 의한 설계를 했으면 약한 지반을 더욱 튼튼하게 할 건축 자재를 써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 또다시 잘못을 저질렀다. 첫 단추 끼우기부터 꼬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건축 초기 건물 균열을 막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팽창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일반 콘크리트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개관 뒤 지반 침하와 누수, 배관 공사 문제 등 곳곳의 하자 발생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붕 등 건물의 적설 하중에 대한 검토도 않아 2014년 2월 일어난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처럼 처음부터 잘못 출발한 만인당의 처리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물론 부패척결단이 지적한 잘못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징계는 제쳐 두고다. 무엇보다 지금 시설을 그냥 두고 수시로 예산을 들여 보수할 것인지 여부부터 결정해야 한다. 포항시는 전체 보수 예산을 20억원으로 잡았다. 개관 3년 만에 공사비의 30%쯤을 낭비할 처지이다. 시의회의 거부로 보수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설사 20억원으로 보수하더라도 추가 하자 발생 예방을 장담할 수 없다. 지반 침하가 계속될 것이라는 한국지반공학회의 전문기관 진단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자 보수 예산 확보를 두고 의회와 줄다리기를 하고 확보된 돈을 땜질용으로 헛되이 쓸지, 철거할지의 손익부터 따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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