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CHECK]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

채형복 지음 / 한티재시선 펴냄

저자 채형복은 로스쿨에서 법을 가르치는 법학자이자 시인이다. 이 시집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시대의 정신을 이끌어가는 영향력 있는 한 법학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직된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 긴장의 이완을 위한 여기(餘技)나 문화적 취향쯤으로 시를 쓰는 게 아닐까 하는 선입관을 갖게 하지만 그에게 시는 그런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정치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시적 정의'(Poetic Justice)란 책에서 "시인과 판사가 하나 되는 세상이라야 공적 영역에서 정의가 세워진다"고 한 역설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사는 채 시인이다. 여섯 번째 시집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는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하지만 시에 물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에도 자연이 있고 계절의 오고 감이 있으며 가족과 추억이 있다. 또한 현재 자신을 둘러싼 일상도 있다. 때로는 간결하면서도 조촐하게 시에 수분을 주입하기도 한다.

채형복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시집으로 '늙은 아내의 마지막 기도' '우리는 늘 혼자다' '저승꽃' '묵언' '바람구멍' 등이 있다. 147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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