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정호 음주운전 "WBC 먹구름"

약화된 전력·선수 줄부상에 중심타자 '사고'까지 겹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데 이어 타선의 핵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음주 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켜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WBC 대표팀은 예년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다 엔트리에 포함됐던 선수들이 부상에 발목이 잡혀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지난달 10일 투수 이용찬(두산 베어스)이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게 돼 엔트리에서 빠졌다. 가뜩이나 우완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용찬의 공백은 뼈아팠다.

부상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엔 2루수 정근우(한화 이글스)가 왼쪽 무릎 반월판 연골 손상으로 수술대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근우는 대표팀 내야 수비의 중심. 타선에서도 테이블 세터 역할을 맡아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능하다. 일단 엔트리에 이름은 남겨뒀지만 내년 3월 대회 때까지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와중에 강정호까지 '사고'를 쳤다. 강정호는 2일 오전 음주 상태로 차를 몰고 숙소인 서울 삼성동 한 호텔로 가다 삼성역 인근에서 앞서 가던 차량과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정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84%였다.

강정호는 'KBO리그 타자 출신 첫 메이저리그 직행' 기록을 가진 선수. 넥센 히어로즈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다 2015년 피츠버그와 4년간 1천100만달러에 계약, 메이저리그 무대에 뛰어들었다. 데뷔 첫해 126경기에서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으로 빅리그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에는 103경기에서 홈런 21개를 때리며 주전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문제아'로 낙인 찍힐 위기에 몰렸다. 지난 6월 말 성폭행 송사에 휘말린 데 이어 음주 운전 사고까지 낸 것이다. 성폭행 사건은 강정호를 고소한 여성이 잠적,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이번 경우 사고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강정호가 음주 운전을 하고도 동승자가 운전했다며 책임을 떠넘긴 것이 밝혀져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정호의 소속 구단 피츠버그의 반응도 좋지 않다. 피츠버그는 2일(한국 시각) 프랭크 코넬리 사장 명의로 낸 성명서에서 "우리는 강정호가 벌인 일에 대해 무척 실망했다. 음주 운전은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이다. 강정호와 이야기를 나눈 뒤 추가 성명을 내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이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여론을 고려해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을 일으킨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한 적이 있어 강정호 역시 엔트리에서 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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