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숭모제' 현장.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숭모제를 지낸 주최 측은 인근 기념공원 특설무대에서 대통령의 업적을 알리는 영상물 상영과 기념사, 축사, 기념공연을 이어갔다. 구미시가 6천만원을 지원하고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가 진행한 숭모제에는 500여 명이 참여했으나 참여한 시민의 수는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여느 때처럼 현장에 함께한 남유진 구미시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어려운 시절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며 "내년 100주년은 한 번밖에 없기 때문에 기념사업을 계획 중이다"는 기념사를 발표했다. 실제 구미시는 100주년 기념사업에 예산을 40억 정도 편성했다가 청와대 협의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총예산이 1천400여억원으로 늘어났다.
11월 29일 오전 충북 옥천군 옥천리 '육영수 여사 탄생 91주년 숭모제' 현장. 탄신 제례와 관악단 공연까지 1, 2부로 나뉘어 진행되던 작년과 달리 약 40분간 제례만 지냈다. 옥천군이 예산 700만원을 지원하고 옥천문화원'민족중흥회 옥천지역회 등이 진행한 숭모제에는 100여 명이 참여했으나 이곳 역시 참여한 시민의 수는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남유진 구미시장과는 달리 애초 참석할 예정이었던 김영만 옥천군수는 불참하며 한 언론과 "해마다 잡혀 있던 예산이어서 지원했지만 군민 정서가 박근혜 대통령을 용서할 수 없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육 여사 관련 기념사업도 중단했다"는 인터뷰를 가졌다.
이에 앞서 11월 4일 박 전 대통령 숭모제가 열린 생가 인근에 세워진 동상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독재자'라는 낙서가 적히기도 했다. 경찰에 자수한 범인은 19세 대학생으로 "심리학을 전공하다 보니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굴복한 이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는데도 동상을 세워 찬양하는 점을 참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급기야 1일 박 전 대통령의 생가에 불을 지른 사람까지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과 집기가 전소되고 생가 지붕 일부가 소실됐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힌 방화범은 불을 지르기 직전 방명록에 "박근혜 자결하라. 아버지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라고 썼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박 전 대통령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영웅"이라고 찬양하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었다.
'반신반인'(半神半人)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향에서 우상화됐던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신세가 어쩌다 이렇게 몰락하게 되었을까. 이 모든 일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전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들이다. 참여정부 시절 회자되던 말을 돌려서 해보면 "이게 다 박근혜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간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육 여사에 대한 비화도 나왔다. 김종필 전 총리는 11월 14일 한 시사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육영수 여사는 욕심이 많았다"며 "육 여사의 아버지 육종관 씨조차 고향에서 '육××'라고 불렀다"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 보고 해석하면 백번 틀리다"고 혹평했다. 이어 육 여사는 "남에 대한 배려가 없으며 불우 이웃 돌보는 건 대통령 부인이라는 이름에 맞게 행동하는 것처럼 꾸민 것"이라고 밝혔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은 대부분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빌려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허상이었다는 것이 이번 국정 농단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촛불 시민들은 연일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상 초유의 5%에서 4%까지 추락하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에도 어처구니없는 대통령 담화만 이어가고 있는 연쇄방화범, 아니 '연쇄담화범' 박근혜 대통령님, 이제 그만 내려오시죠.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그만 욕보이게 하시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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