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 대통령은 퇴진 시점을 스스로 밝혀라

야권이 2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9일 탄핵안 표결이 있을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낙관적인 전망도, 비관적인 전망도 하기 힘든 어정쩡한 상황이다. 의결 정족수를 채우려면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동참이 필요하지만, 비박계의 태도는 그야말로 애매모호하다.

탄핵의 키를 쥐고 있는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4월 말 퇴진'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탄핵안 표결에 참석하겠다는 조건부 제안을 내놨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스스로 밝히고 '질서 있는 퇴진'을 수용하면 표결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7일 오후 6시까지로 시한까지 정했다. 탄핵안 통과 여부가 박 대통령의 입에 달려 있는 황당한 상황이 된 것이다.

비박계가 '4월 말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전직 국회의장 등 국가 원로와 친박(친박근혜)계 주류의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이다. 탄핵에 집착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안정적인 하야를 유도하는 방안이 낫겠다고 본 것이다. 비박계의 요구는 박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가 담긴 듯하다. 박 대통령의 선택지도 여기에 따르는 방향으로 정해질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제3차 대국민 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는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이를 번복할 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청와대도 아직까지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으나, 주말이 지나면 비박계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제 어떻게 물러날지에 대한 방법만 남았을 뿐,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지율이 2주째 4%의 바닥을 기고 있으니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이나 시도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3일 촛불집회가 다시 열릴 예정이어서 국민의 하야 요구가 훨씬 더 강해질 것이다.

박 대통령이 비박계의 요구를 거부하면 정국은 어떤 상황으로 급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크고 작은 혼란이 일어날 것이고, 통과되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탄핵 여부와는 별도로, 박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거취 문제를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자신의 퇴진 시점을 국회에 맡겨 두는 것은 정쟁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루빨리 퇴진 시점을 밝히고, 조용히 마무리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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