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달력에서 12월 20일의 '제20대 대통령 선거일' 표기가 사라지고 있다. 달력 제작을 주문하는 기업'은행도, 달력 인쇄 주문을 받는 인쇄업체도 불투명해진 대통령 선거일 표기를 빼거나 어정쩡하게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 한 소비재 업체는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직후 딜레마에 빠졌다. 미리 주문한 달력에서 '대통령 선거일' 표기를 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담당 부서 직원끼리 주말 내내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예정대로 쓰는 건 '틀린 달력'을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렇지만 막상 표기를 빼자니 왠지 소비자들로부터 '이 업체가 대통령 조기 퇴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오해를 살 것 같아 고심이 컸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인쇄업체에서는 월요일(5일)까지 기입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했지만 일요일인 오늘까지도 결정을 못 했다. 생각지 못한 문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당황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도 "9월에 이미 달력을 주문해 대선 일정이 그대로 표기된 달력을 받았는데, 내년 연말 시민들이 우리 달력을 보며 비웃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한다"며 "정치에 실망한 시민들이 우리 금고까지도 나쁘게 보지는 말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인쇄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달력에서 대통령 선거일 표기가 빠지기 시작한 건 지난 10월 말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되고부터다.
특히 3차 담화 때 박 대통령이 "진퇴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힌 이후로는 '4월 퇴진, 6월 대선' 설이 나돌고 대선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와 달력에서도 하나둘씩 빨간 숫자가 빠졌다. 연말이면 문구업체에 쏟아져 나오는 플래너에서도 이런 현상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구 중구 한 인쇄업체 관계자는 "가을까지 사전 주문한 업체의 달력은 선거일을 그대로 표기해 나갔지만, 11월 이후 주문한 업체의 달력 가운데는 대선 표기를 빼거나 날짜만 빨간색으로 칠해 임시공휴일로만 표기한 사례도 있다"며 "아직까지 달력을 제작하지 않은 손님께는 대선 날짜를 평일로 표기할지 원래대로 공휴일로 표기할지를 미리 물어본 다음 제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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