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가 '친환경에너지 자립섬'으로 탈바꿈한다. 태양광, 풍력, 지열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자급자족한다는 말이다. 목표 시한은 2026년. 성공하면 국내 최대 규모 에너지 자립섬이 된다. 울릉도 친환경에너지 자립섬이 갖는 각별한 의미와 성공을 위한 조건 등을 세 차례로 나눠 짚는다.
① 전력 자급자족 최적지 울릉도
② 電 뿜는 화산섬, 지열발전 메카로
③ 세계 첫 대규모 친환경에너지 자립섬의 꿈
울릉도는 육지와 전력이 연결되지 않은 가장 큰 섬이다. 제주도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이용해 육지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한다. 하지만 그 밖의 국내 섬에선 독립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울릉도엔 1만여 명의 주민이 살고 매년 4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는다. 자연히 전력 수요량도 높고 전력소비량 증가 폭도 가파른 편이다.
반면 전기 생산비용은 매우 높다. 울릉군은 전력의 90% 이상을 디젤 발전에 의존한다. 총전력발전용량은 19.2㎿로 이 가운데 디젤 발전설비용량은 전체의 96% 수준인 18.5㎿다. 나머지 700㎾는 수력을 통한 발전설비용량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울릉군 총발전량은 6만2천120㎿h로 전년도 대비 8% 이상 증가했다. 2009~2013년 평균 부하증가율 6.2%인 현재 디젤 발전 유지 시 2025년부터는 수요 대비 전력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경북도는 보고 있다. 특히 발전 비용으로 매년 19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구조라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정부와 경북도, 울릉군이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에너지 자립섬 조성 본격화
울릉도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사업은 지난 2008년 경북도가 자체적으로 그린아일랜드 사업계획을 수립해 당시 지식경제부에 건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0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대한민국 녹색섬 울릉도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정부에 건의하는 등 경북도의 끈질긴 발품 덕에 결국 정부 정책화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 사업은 울릉에너피아가 맡고 있다. 울릉에너피아는 지난해 9월 경북도와 울릉군, 한국전력, 민간기업인 LG CNS와 도화엔지니어링이 930억원을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울릉에너피아는 지난 10월 한국전력공사와 '울릉도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위한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했다.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사업자가 한전에 전기를 판매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전력 생산자는 독점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을 통해야 생산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이 계약에 따라 울릉에너피아는 신재생 발전설비를 통해 만들어진 전력을 20년간 안정적으로 한전에 판매하고, 울릉군민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신재생에너지 핵심은 지열
당초 이 사업은 2020년까지 태양광'풍력'지열'소수력'연료전지 시설을 만들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해 쓰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1단계로 2017년까지 태양광'풍력'소수력 발전시설과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가 남아돌 때 저장했다 필요할 때 쓰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30%로 만들고, 이어 2단계로 2020년까지 지열과 연료전지발전소를 지어 100%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친환경에너지 자립섬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사업의 계획이 대폭 수정됐다. 논란이 됐던 연료전지가 빠진 것이다.
연료전지는 LNG에서 수소를 추출해 연료로 사용하기에 운영하려면 많은 부대설비가 필요하다. 뭍에서 정기적으로 LNG를 운송해야 하고 LNG선 접안에 필요한 부두와 LNG 저장탱크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등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뭍에서 연료를 정기적으로 수송하면 진정한 에너지 자립섬이 될 수 있느냐는 논란도 있었다.
결국 이번 사업계획 수정으로 울릉도가 명실상부한 탄소제로섬으로 거듭날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완공 시점이 2020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울릉도의 발전설비용량은 19.2㎿. 울릉에너피아는 울릉도의 신재생 발전설비용량을 2018년 7.2㎿, 2021년 11.2㎿, 2026년 19.2㎿로 늘려 에너지 자립도를 각각 30%, 55%, 100%로 높일 예정이다.
연료전지가 빠진 울릉도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은 지열 발전이다. 울릉에너피아 관계자는 "통상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과 풍력을 주로 사용하지만 화산섬 울릉도는 지열 발전 효율이 국내 평균보다 최고 4배가량 높게 나타나 지열을 주력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지열 발전 비중은 전체의 62.5%인 12㎿다. 나머지는 풍력 6㎿, 태양광 0.6㎿, 소수력 0.6㎿로 대체할 계획이다.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19.5㎿h의 에너지저장장치도 마련한다. 기존 디젤 발전소는 비상용으로 3.72㎿ 규모만 유지하기로 했다.
2018년까지로 예정된 1단계에는 태양광'풍력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를 준공하고 2021년까지 2단계 사업을 통해 4㎿급 지열발전 시설을 구축한다. 이어 2026년까지 3단계 사업으로 8㎿급 지열발전 시설을 추가해 현재 약 4%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100%로 만들겠다는 게 울릉에너피아 측의 계획이다.
◆국내 에너지 자립 기술의 집합체
울릉에너피아 측은 "이 사업이 성공하면 울릉도가 세계 첫 대규모 친환경에너지 자립섬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울릉에너피아에 따르면 에너지 자립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주민 4천여 명 규모의 덴마크 삼소섬도 육지와 아직 완전한 에너지 자립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에선 가파도가 전력 자급자족을 이뤄낸 국내 첫 사례로 꼽힌다. 가파도는 인구 약 180명 정도의 작은 섬으로 3㎾급 태양광패널 38개와 250㎾급 풍력발전기 2대, 1천860㎾h의 에너지 저장장치를 도입해 15시간 정도의 전력 사용량을 미리 저장해 둘 수 있다.
두 번째 에너지 자립섬인 가사도에선 기술이 한 단계 발전했다. 인구가 약 450명으로 가파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처음 도입했다. 섬 전체에서 만들어지는 전력량을 예측하고 수요에 따라 발전 여부를 자동제어한다.
이들에 비해 규모가 월등히 큰 울릉도는 가파도와 가사도에서 실증된 에너지 자립 기술의 총집합체다. 태양광은 물론이고 풍력, 지열, ESS, EMS 기술을 모두 적용한다.
울릉에너피아 관계자는 "이 사업을 통해 연인원 1천720명이 고용되고, 40억원의 세수가 늘어나며, 이산화탄소가 66만9천787t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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