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트럼프 정부와 세계의 낯선 만남

동국대(학사·석사·박사) 졸업. 현 한국국제정치학회 북한통일분과위원회 위원장. 현 북한연구학회 이사. 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

트럼프 대외정책 기조는 고립주의

안보도 '힘을 통한 평화'에 기반 둘듯

對北·북핵문제 방향 예단 아직 일러

대화로 안정된 국제관계 안착 기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 의미는 뭘까? 우선 미국 우선주의 열망이 이변을 넘어 승리까지 이르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분노와 좌절, 기득권을 향한 분노의 표심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아웃사이더 기업가 대통령 시대의 개막이라는 아주 특이한 선거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의 당선은 세계와 미국이 낯선 여정을 시작했음을 알리고 있다. 글로벌 정치는 이제 반세계화 및 포퓰리즘 대 기존 세계 질서와의 낯선 대화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의 대동북아시아, 대한반도, 대한국, 대북 정책 등도 낯설게 다가오고 있다.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철저한 실용주의자 기업가 미국 대통령과의 낯선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 유세 기간 동안 강조했던 대외 정책 기조는 '고립주의'였다.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기업가적 마인드를 갖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경제, 통상, 무역 정책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시키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립주의는 외교, 안보 정책에도 적용된다. 트럼프의 인식을 요약하면,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면서 굳이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 동맹국들의 안보를 위해 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방위비를 제공해야 하느냐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대외 정책 인식과 사고가 실제 대외 안보 정책에서 가감 없이 전개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언급한 고립주의적 대외 정책이 실제 정책화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구축한 국제 체제와 리더십을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립주의 정책은 미국의 경제력에도 큰 손상을 주고, 자국 우선주의의 달성에도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다.

트럼프는 대외 안보 정책에서도 실용적인 개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고립주의 성향으로 기울면서 미국의 이익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영역에는 개입하는 '실용적 개입'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겠지만, 미국의 리더십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개입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주요 지역에서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을 높이면서 미국의 비용을 최소화하여 자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안보 정책은 '힘을 통한 평화'에 기반을 두고 나아갈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군사력이 충분하더라도 불필요한 연방 예산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미국의 주요 이익이 걸린 지역과 이슈에 있어서는 개입과 리더십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군사 축소주의'를 통해 필요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자제하겠지만, 이것이 미국의 리더십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와의 낯선 만남을 시작한 트럼프 정부의 대북, 북핵 정책은 뭘까? 예상컨대, 대북 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 우선순위에서 첫 자리는 아닐 것이다. 미국 국내 경제 이슈, 러시아 및 중국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위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햄버거를 함께 먹겠다'면서 '미치광이'라는 표현도 함께 썼다.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수 있지만, 개인적 평가는 부정적인 양면성을 보였다.

선거 과정에서 정리가 안 됐기 때문에 그가 한 몇 마디의 말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아직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동북아시아,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서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인적 구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세계와의 낯선 만남을 시작한 트럼프 정부가 어색함을 빨리 끝내고 대화를 통해 안정되고 발전적인 국제 관계를 안착시키길 기대한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