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희창의 에세이 산책] 드라마 주인공은 국민

"요즘 최고의 드라마는 뉴스인 것 같아요. 매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한 달 사이에 쏟아져 나오니까요. 아마 한 100년쯤 지나면 너도나도 이걸로 드라마 만들걸요." "그러게. 하지만 너무 막장 드라마에다 초현실적 사건들이 많아서 요리하기 쉽지 않을 거 같아."

"드라마를 재미있게 끌어가는 삼각관계는 어떻게 만들죠? 대통령, 최순실, 그리고 누구를 만들면 될까요? 정윤회, 우병우? 파워게임의 배경으론 친박, 비박, 야당? 아니다. 국민이 빠졌네. 친박, 비박 묶고 야당, 그리고 국민이 좋겠네요." "촛불 들고 즉각 퇴진을 외치는 국민을 빼놓으면 드라마 주인공이 빠지는 거지. 뉴스 한 번 봐. 매회 등장하잖아, 기가 막힌 퍼포먼스를 연출하면서."

"그럼 우연의 일치 부분은 어떻게 각색하면 될까요? 우연히 대통령은 최순실을 만나서 도움을 받게 되고 우연히 최순실은 차은택을 만나서 간단한 부탁을 들어줬는데 이렇게 사건이 커질 줄 몰랐다 발뺌하고 줄줄이 엮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몰랐다 하고 이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렇지, 거대한 사적 집단을 떠받치는 공적 조직의 음모를 파헤치는 정의의 사도가 나와서 우연의 관계가 오랫동안의 필연이었음을 폭로해야지. 그리고 대통령 위에 최순실, 그 위에 사이비 교주 최태민까지 얘기하면 꽤나 서사적일 거야."

"그럼 혈연의 비밀은 어떻게 하죠? 그게 마지막에 딱 밝혀져야 드라마가 완성되는 거잖아요? 내가 니 아버지다.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이 모든 건 몇 달 아니 몇 년이 지나도 밝혀지지 않을지도 몰라. 미완성의 드라마로 남게 될지도,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져야 하듯이 꼭 권력의 민낯들이 드러나야 할 텐데."

"그래서 국민의 외침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 반대편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조연 집단이 있는 거고, 그 어떤 사실도 기억 못한다고 하잖아요? 사람 얼굴도 기억 못하고 아이들이 수장된 날에도 뭘 했는지 모르고, 하긴 자기들끼리 서로 배신자라고 싸우기도 하니까 언젠가 부분적인 거라도 기억하게 되겠죠."

"여당도 야당도 아닌 국민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정말 걱정스러워. 이젠 촛불이 필요 없는 환한 대낮이라고, 갑자기 나타나서 지금은 내가 주인공이라고 으쓱이는 회칠한 무덤 속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아." "매일매일 드라마니까 정말 드라마틱하네요. 오늘 드라마는 어떻게 펼쳐질까요?"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꼭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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