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출석을 하루 앞둔 5일 재계 총수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자리인데다 여야 의원들의 날 선 추궁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총수들은 미르 및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의 성격이 대가를 기대한 '뇌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아울러 재벌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심상치 않기 때문에 국민정서를 자극할 만한 일절의 언행도 삼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재계는 청문회가 생중계로 전파를 탄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단순한 말실수조차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기업은 삼성그룹(이재용 부회장)이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동원됐는지가 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탓이다.
정치권에선 국민연금이 손해를 볼 줄 알면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비선 실세의 개입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삼성그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독일회사에 37억원, 말 구입비 명목으로 43억원 등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야권의 공세가 불을 뿜을 전망이다.
롯데그룹(신동빈 회장)도 속이 타들어간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이유를 묻는 질문이 쏟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형제의 난'을 수습하기 위해 롯데그룹이 비선 실세와 접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SK그룹(최태원 회장)과 한화그룹(김승연 회장)은 재단 출연금이 총수의 사면 또는 면세점 인허가를 노린 청탁의 성격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비해 해명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한진그룹(조양호 회장)은 여느 대기업과는 다른 형태의 질문에 대비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과 조 회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가 미르재단에 출연한 금액이 적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소문이 있어 정치권이 이에 대한 분풀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기업은 리허설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관'법무 임원들이 국회의원 역할을 맡아 총수에게 예상 질문을 던지고 녹화된 총수의 답변 등을 다시 검토하는 방식이다. 리허설에 방송국 출신 홍보 임원이 투입된 기업도 있다.
재계 법무팀 관계자는 "향후 특검 수사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뇌물공여에 관한 질문에 대한 준비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숙지와 함께 미처 준비하지 않은 질문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뇌물공여를 제외한 사안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에는 한껏 몸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재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여론을 의식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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