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솜방망이 징계로 땅 투기 공무원 면죄부 준 경북도

경북도가 불법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자신의 직분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 한 공무원들을 이런 식으로 봐준 것은 처벌은커녕, 오히려 '면죄부'를 안겨주는 짓이나 다름없다. 경북도의 행태는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공무원은 물론이고, 도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경북도는 지난 2일 도청 신도시 인근 예천군청 소유 땅을 수의계약으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거나 위법행위를 저지른 공무원 13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징계위 결과는 감봉 처분 3명, 견책 2명, 불문(不問)경고 8명이었다. 정직 이상의 중징계가 단 한 명도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불문경고는 '징계에 포함되지 않는' 징계이다 보니, 실제로는 경징계 5명뿐이다.

경징계 대상자 가운데 몇 명은 향후 승진을 바라볼 수 없는 직위를 갖고 있어 큰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들은 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별 탈 없이 근무하면서 정년을 마칠 수 있다는 의미다. 경북도청은 징계 대상자 13명 가운데 10명이 과거 표창을 받았으므로 규정에 따라 징계 수위를 감경했다고 해명했다. 상식에 맞지 않은 궁색한 변명이다. 자기 식구를 감싸는 것도 정도껏 해야 하는데, 이 정도라면 시쳇말로 '공무원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징계의 존재 이유는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고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이런 하나 마나 한 징계를 했다면 조직의 기강을 잡기는커녕 조직 내의 불만을 키우고 사회적 지탄만 받을 뿐이다. 경북도청이 김관용 지사의 마지막 임기, 도청 이전 등의 이유로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기강 해이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처리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징계 수위는 그 조직의 장(長)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지사가 자기 식구를 감싸기로 마음을 먹었거나, 아니면 이번 사건을 별일 아닌 것으로 봤다면 더 큰 문제다. 도지사직에 오래 머문 탓에 '총명'이 흐려지지 않았는가 싶어 그것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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