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벌 총수 9명이 6일 국회 국조특위 청문회에 총출동하면서 이들의 말 한마디와 움직임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회 증인 유경험자다. 특히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출석한 데 이어 2년 연속 국회에 불려 나왔다. 그래서인지 신 회장의 행동에서 다소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첫 질문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마이크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옆에 앉아 있던 신 회장이 마이크를 만져줬다. 또 의원들의 질문과 다른 증인들의 답변을 들을 땐 종종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청문회는 70세 이상 고령의 총수가 3명이나 포함된 탓에 '건강'이 화제에 올랐다. 청문회가 길어지면 정몽구(78)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손경식(77) CJ그룹 회장. 구본무(71) LG그룹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와서다. 오후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고령인 세 분 회장에게 먼저 질의하고 답하는 대로 빨리 보내주자"고 말했다가 야당의 반발에 부딪혔다.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신장, 당뇨, 방광 질환이 있어 용무(화장실)가 급하신 분들은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 용무를 보시길 바란다. 손경식 증인께서는 화장실에 다녀오시라"고 공개적으로 화장실행을 권해 손 회장이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 김승연(64) 한화그룹 회장은 청문회 중간 주머니에서 약으로 추정되는 흰 알을 꺼내 삼키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최고령자인 정몽구 회장은 질문을 이해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대통령과 독대 여부에 대한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자 정 회장 옆에 있던 변호사가 설명했고, 몇 초 뒤 "네"라고 답했다. 또 정 회장 답변 순서가 되면 "크게 말씀해 달라"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말해 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이 쏟아졌다. 하지만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정 회장에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를 강하게 주장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하 의원에게 삿대질하며 반발했다.
반면 손경식 회장은 "나이에 비해 정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을 반복해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진 것과 달리 손 회장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을 압박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증인들 중에 촛불집회에 나가보신 분 있으면 손 들어보라"고 하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혼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안 의원이 "당신은 재벌 아니잖아요"라고 핀잔을 줘 곳곳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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