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제 탄핵 이후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절차에 따르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최순실 정국'의 해법은 '질서 있는 퇴진' 대신 탄핵으로 귀착됐다.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결국 불발됐다. 몇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거취 문제에 대해 분명히 밝히지 않은 박 대통령의 실기(失機), 촛불 민심을 추종만 할 뿐 그것을 제도권 내에서 이성적으로 여과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내지 못하는 한국 정치권의 무능, 시간표를 '조기 대선'에만 맞추고 있는 야당의 정략(政略)이 합작한 결과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의 수준이다.

이제 해야 할 일은 탄핵이 몰고 올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다음 대선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9일 탄핵안 표결에서 여야 의원들은 소신과 양심에 따라 투표하고, 가결이든 부결이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야당 내부에서 부결되면 가결될 때까지 탄핵안을 계속 발의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역시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 그러나 벌써부터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 걱정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헌재가 민심과 어긋나게 탄핵을 기각한다면 국민은 헌법 제도 자체를 다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헌재가 민심을 거스른 판결을 내놓을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삼권분립 원칙 자체를 허무는 반(反)헌법적 협박이다.

헌재의 심판이 나올 때까지 최장 180일간 국정을 관리할 '과도 체제'의 정비도 시급하다. 가결되면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야당이 '탄핵 이후'를 관리할 총리를 뽑아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으로 무책임했다. 야당이 황 대행체제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신속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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