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가와 함께 잡는 암] <2>인간다운 죽음과 호스피스 완화의료

말기암서 중증 질환으로 확대…요양병원도 호스피스 완화의료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대구경북지역암센터 제공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대구경북지역암센터 제공

20여 년 전만 해도 생로병사는 가족과 이웃 속에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여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1993년 전체 사망자의 25%를 차지했던 의료기관 사망률은 지난해 75%로 급증했다.

이처럼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죽음이 '물화'(物化)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 현장의 특성상 정신과 영혼을 가진 인격의 죽음보다는 육체적이고 의료적인 의미의 죽음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죽음의 비인격화에 대한 자기반성이자 인간 가치 회복을 위한 노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말기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심리사회적·영적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 의료적 접근으로 정의한다.

인간다운 죽음과 생애 말기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암 사망자 7만6천611명 가운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한 비율은 13.8%에 불과했다. 올 11월 말 현재 전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은 73곳, 1천180병상이 운영 중이고, 대구의 경우 7개 의료기관에서 90병상을 가동하고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경제적 부담 감소에 힘입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면서 한 달 입원 시 간병을 포함한 본인부담 의료비가 50만~90만원 안팎으로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특히 내년 8월부터는 관련 법의 시행과 함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호스피스 대상 질환이 말기암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과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 간질환 등 암이 아닌 중증 질환으로도 확대된다.

또 입원형에 편중됐던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가 가정 방문형과 자문형 등으로 다양화된다. 집에서 편안하게 삶을 정리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난 2011년 전국 40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지막 기간에 요양하고 싶은 장소로 46%는 자택을 선택했다. 요양시설은 37.6%였고, 병원은 10.8%에 불과했다.

아울러 기준을 충족한 요양병원에서도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수요에 비해 부족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을 확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확대되는 만큼 질 관리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권소희 경북대 간호대 교수는 "구조 평가에 치우친 현재 관리 정책을 개선하고 서비스 과정과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 개발과 질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움말 대구경북지역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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