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소방관의 안전이 우리의 안전이다

위험한 재난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들이 있다. 바로 소방관이다. 소방관은 각종 재난'구급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또한 선진국일수록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고 존경받는 직업 1위가 소방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들이 우리의 안전을 지키고 있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생업과 학업에 종사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소방관의 근무여건과 처우를 보면 우리 국민은 말로만 이들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형편없는 처우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한 해 평균 소방관 6, 7명이 순직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할 정도로 이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생명수당 격인 위험수당은 월 6만원, 화재진압수당, 구조구급수당도 출동 횟수에 관계없이 각 월 8만원, 월 10만원뿐이다. 5명 중 1명이 5년 안에 소방관을 그만둘 정도로 이직률 또한 높다.

소방관 상당수가 참혹한 사고현장에서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할 틈도 없이 또 다른 사고 현장에 노출되다 보니 소방관의 우울증은 일반인(2.4%)의 4배가 넘는 10.8%에 이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일반인(0.6%)의 10배가 넘는 6.3%에 달하며, 정신장애로 치료가 필요한 소방관은 무려 39%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자살한 소방관은 41명으로,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27명보다도 더 많다.

해마다 경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예산 철이면 도의원들은 현장에서 고생하는 소방관을 위해 처우를 개선하고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일선 소방관이 체감하기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아 보인다.

지난 2010년과 2016년 현재 상황을 비교해보면 도내 소방관서 1개서 증설, 119안전센터 12개소 신설, 소방 인력은 2천570명에서 3천334명으로 764명이 증원(연평균 150여 명)됐다. 예산은 1천670여억원에서 2천942억여원으로 1천272억여원 증액됐다. 장비는 629대에서 831대로 202대가 보강돼 외형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이제는 소방관이 체감할 수 있는 후생복지 등 내적 측면을 강화해 나가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소방관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심신안정실' 설치가 시급하다. 현재 도내 17개 소방서 중 4개 소방서에만 심신안정실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 수준이다. 서울, 광주, 울산, 경기, 충남 등 7개 시'도는 관내 소방서 내에 심신안정실을 100% 설치해 소방관들의 심신을 치유하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또한 소방본부와 소방서에 보건복지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소방관 건강과 복지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근무여건 개선 등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민 또한 위험 속에서 인명을 구하는 소방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나 출동현장에서의 폭언과 폭력, 현장에서 불가피한 재산 손실까지 따져 묻는 이기적 행태, 몰상식한 신고 행위는 소방관을 정신적 고통으로 몰아넣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많은 생명을 살려야 할 소방관의 안타까운 희생이 이제는 되풀이되지 않고, 소방관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이 곧 우리들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것을, 소방관이 안전하고 건강해야 우리 삶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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