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 버린줄 알았던 승합차 멀쩡 '지하 1층의 기적'

화마 덜 미쳐 생각보다 적은 피해…수백만원∼수천만원 유실물 건져

화재 피해로 절망에 빠졌던 서문시장 4지구 피해 상인들이 7일 작은 희망에 들떴다.

지하 1층 유실물 반출 과정에서 상인별로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건지게 됐기 때문이다. 1층에서 시작된 화재가 4층까지 모든 것을 불태웠지만 지하의 물품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4지구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7일 오전부터 지하 1층 유실물 반출을 시작했다. 지하 1층에는 약 40여 개 점포의 상품을 보관하는 창고와 한복 작업실, 차량 2대와 오토바이 8대 등이 보관돼 있었다.

신무순 비대위 재정위원은 "어제(6일) 오후 30여 명의 상인과 함께 내부를 둘러보던 중 주차된 승합차에 시동이 걸리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며 "그을음과 물에 젖은 물품들도 상당하지만 일부 물품들은 상대적으로 상태가 괜찮았다"고 말했다.

머리에 랜턴을 차고 장화를 신은 100여 명의 상인과 인부들은 점포마다 트럭과 승합차를 동원해 하루 종일 반출 작업에 나섰다. 여전히 발목 높이의 물이 차 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작업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딸과 함께 2시간 동안 원단과 꽃신 등 한복용품을 옮기던 유정화(47'여) 씨는 "물건들을 높은 곳에 보관해서 수백만원가량의 재고를 건져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유 씨가 신고 있던 장화 안에도 물이 가득해 험난한 작업 과정을 짐작하게 했다. 중구청은 LED 조명을 설치하고 고인 물을 퍼내는 등 반출 작업을 도왔다.

4지구에서 이불 가게를 운영하던 김모(51'여) 씨는 "수천만원가량의 물품은 건져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시 뜯어보고 상태가 괜찮은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3시쯤 대부분의 상인이 작업을 마치자 중구청은 지하 1층 보강공사를 시작했다. 붕괴된 지점 주위로 일부 침하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하 1층에 지지대 100여 개를 받치는 작업이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보강 공사를 통해 추가 붕괴를 막고 앞으로의 유실물 반출 작업도 안전하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철거를 위한 준비도 차차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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