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국 혼란하다고 경제 방향타마저 놓는 게 말이 되나

요즘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인 동시에 걱정거리는 내년도 한국 경제다. 세계 경제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조금씩 호전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이에 힘입어 우리도 내년에는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전문기관마다 한국 경제가 내년에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비관론은 올 한 해를 어렵게 헤쳐온 국민에게는 매우 우울한 소식이다. 기대와 달리 내년에도 경제 불안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당장 심리적 위축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발표하면서 내년에도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본 것도 비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전망치는 KDI가 지난 5월 발표한 내년 성장률 전망(2.7%)보다 훨씬 떨어진 수준이다. 전망대로라면 내년 우리 경제는 2012년(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에다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내년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흐름과 거꾸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세계 성장률을 올해(3.1%)보다 높은 3.4%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경제 여건이 내년에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유독 우리 성장률만 후진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 불안 요인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말이다.

정국 혼란이 지속되면서 당장 경제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사령탑이 40일 넘게 공백을 보이며 갈피를 못잡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국정조사'특검 등 정치 상황에 휩쓸려 경영 활동은 뒷전이다. 이맘때면 정부나 기업 모두 새해 경제 여건을 분석하고 주요 사업계획 마련에 분주할 시기이지만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생산과 소비, 수출, 고용 등 모든 분야의 지표가 바닥을 기고 있다.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 정부는 경제팀 진용부터 정비하고 난관을 뚫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경기 확장에 필요한 재정정책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환율'금리 등 경제 추락을 막을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성장률 2%는커녕 1%대 추락도 배제할 수 없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