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야 비주류 극적 연대, '제3지대론' 가능성 관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개헌론과 이를 고리로 한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개헌은 정치권의 화두였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냈지만, 과도하게 1인에게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등 현행 정치제도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게 명분이었다.

관건은 개헌론이 현시점에서 어느 정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여당과 제1야당의 비주류에 제2야당이 힘을 보태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는 동시에 양당 비주류의 연대를 모색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이명박'박근혜의 문제지 자기들의 문제가 아니다'는 것은 궤변이자 반(反)노무현적 이야기"라며 "노 전 대통령은 정권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국가 운영체계의 개혁을 주장한 제도론자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당장 개헌에 미온적이지만, 그보다 앞서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제 개편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 개헌파의 범주에 국민의당을 끌어들이려 했다.

정치권의 개헌론은 '포스트 탄핵' 국면에서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을 '패권 정치'로 규정하고 대안 세력을 구성하자는 '제3지대론'과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차기 권력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제3지대를 통해 창출할 새로운 권력은 개헌을 통해 대통령 중심제가 아닌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이미 이 같은 '비(非) 패권지대'의 세력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내년 초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현실 정치에 뜻을 둘 경우 이들과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개헌론과 제3지대론이 얼마나 구체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역시 박 대통령과 함께 국민적 비난에 직면한 데다 당장 계파 갈등과 지도부 교체 등 내홍을 수습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탄핵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촛불 민심'이 정치권의 담론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각 정파가 대선을 앞두고 추진 중인 개헌논의가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치권 한 인사는 "당장 국민적 분노 정서가 높고 정치혐오 분위기가 짙은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힘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가면서 개헌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여론이 형성돼야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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