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승민 "내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웠던 표결"

새누리당 탄핵 표결 현장…서청원 투표 후 바로 퇴장, 이정현 양손 모으고 고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이 있는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에서 김무성(오른쪽)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이 있는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에서 김무성(오른쪽)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총 투표수 299표 중 가결 234표…."

9일 오후 4시 10분,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을 알리자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단체로 노란 점퍼를 입고 온 세월호 유가족 40의 함성이었다. 이들은 "촛불 국민 만세!" "김진태(새누리당 의원) 촛불은 활활 타오를 것이다!"라고 외치며 플래카드를 펼치려다가 국회 직원들이 강하게 저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환호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주류인 친박계는 물론 탄핵안 가결 통과 표의 열쇠를 쥔 비주류인 비박계 모두 탄핵안 표결 전부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탄핵이 부결됐으면 좋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던 이정현 대표는 오후 3시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투표 전까지 입을 꾹 다물고 앞만 바라봤다. 오후 4시쯤 의원들이 탄핵 표를 계산할 땐 양손을 모으고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이 대표 옆에 앉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도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본회의가 열리고 약 30분이 지난 뒤 회의장에 나타나 투표했고, 바로 자리를 떴다.

가장 관심이 쏠린 인물은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었다. 전체 의원 300명 중 유일하게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그는 오후 3시 30분쯤 본회의장을 떠났다. 탄핵 정국 때 당 공식 행사에서 목소리를 아껴왔지만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A4용지 3장 분량의 탄핵 반대 호소문을 동료 의원들에게 돌리며 끝까지 대통령 편에 섰다.

비주류의 큰 축인 유승민 의원의 고민도 누구보다 깊은 듯했다. 탄핵안 투표가 시작된 지 20분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약 3분 정도 본회의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그는 뒤늦게 투표소 앞에 줄을 섰다. 유 의원은 이날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지만 여야 합의 불발로 이뤄지지 못했고,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웠던 표결이었다. 헌법 질서를 지키며 정치 혁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짧은 소회를 밝혔다.

탄핵 가결을 자신했던 비주류 의원들도 예상을 뛰어넘은 찬성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결 234표는 야당과 무소속 찬성표(172표)를 빼도 새누리당 안에서만 62명의 찬성표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비주류가 주축인 비상시국회의가 이날 오전 마지막으로 연 모임에서 총 33명이 참석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을 감안하면 29명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미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더 많은 비대위원들과 친박 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였고 좀 더 투표했다고 보고 있다"며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새누리당 의원들이 많이 고민했고 그 뜻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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