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김경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공기업평가 D등급 난방公, 해외 기술 수출로 위기 돌파"

◇ 김경원 사장은 ▷1958년 경북 안동 출생 ▷대구교대 안동부설초
◇ 김경원 사장은 ▷1958년 경북 안동 출생 ▷대구교대 안동부설초'안동중'경북고 졸업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23회 ▷산업자원부 기초소재산업과장'무역정책과장 ▷과학기술부 기술혁신평가국장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산업경제실장 ▷전자부품연구원 원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우수가교(遇水架橋)), 봉산개도(逢山開道)'.

김경원(58)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지난 7월 강조한 취임 일성(一聲)이다.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고, 산을 만나면 길을 튼다'는 말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불굴의 의지를 나타내는 의미다.

김 사장은 1985년 상공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12년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을 지낼 때까지 27년 동안 산업 관련 부처에서 잔뼈가 굵었다. 김 사장은 숱한 위기와 어려움을 이 같은 정신으로 이겨냈다. 공사에 부임하기 전 재직했던 전자부품연구원을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놓은 것도 우수가교의 정신에서 비롯됐다. 이제 다시 위기에 봉착한 지역난방공사에 들어왔다. 공사는 공급 포화상태, 에너지수요 피크 등 온갖 어려운 여건에 직면했다.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도 하위권인 D등급이었다.

김 사장은 인간의 신뢰와 소통을 위기 극복의 최고 덕목으로 꼽고 있다. 어려운 문제나 위기에 봉착했을 때 가장 먼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하고, 다음에는 그 문제를 반드시 극복해야겠다는 열정과 도전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열정과 도전정신이 바로 '우수가교, 봉산개도'의 정신이다. 문제의 본질을 찾은 뒤 이를 극복하겠다는 열정을 바칠 때 그 결과에서 '신뢰'가 쌓인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이다.

김 사장으로부터 지역난방공사의 현재 문제점과 미래 극복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지역난방공사가 설립된 배경은.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소비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전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함께 충족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집단에너지', 즉 지역난방이 대안으로 나왔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을 거치면서 환경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지역난방이 주목을 받았다. 1990년 1기 수도권 신도시 개발을 계기로 공사가 급성장했다. 1985년 직원 30명으로 출발한 공사는 31년이 지난 지금 직원 1천720명으로 조직 규모가 커졌다.

-공사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집집마다 보일러를 두는 대신 열병합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시설에서 열과 전기를 생산해 대규모 밀집지역에 공급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발전이 전기를 생산한 뒤 열에너지는 버려지는 반면 지역난방 시스템은 전기와 함께 열에너지를 난방열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난방은 에너지 절약과 대기오염물질 감소라는 2가지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난방 공급 확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역난방을 포함한 에너지 수요량이 한계치에 도달하지 않았나.

▶그렇다. 에너지 수요가 한계에 도달했고, 오히려 줄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가구당 에너지 사용량은 2000년 대비 37%가량 줄었다. 정부정책에 의한 단열시스템 적용, 에너지 절약기술 보급 등이 작용했다. 앞으로 신도시 개발과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 수요가 없다는 측면에서 향후 지역난방의 급진적 성장은 없을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과 관련한 민간업체도 34개나 있다.

-포화상태인 지역난방에 대한 극복 방안은.

▶여름철 남은 폐열을 활용한 냉방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해외 기술력 수출 등을 통해 위기를 뚫고 나가면서 공기업으로서의 역할도 하려고 한다.

그동안 소홀했거나 관심을 덜 가졌던 여름철 제습 냉방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여름철 불필요한 전력사용을 통해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는 등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집단에너지 산업을 신재생에너지와 융합하는 등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다른 에너지기업에 비해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집단에너지 업계 전체를 보면 우리가 규모의 경제로, 기술 축적도 가장 많이 했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통합운용센터 정보를 통해 한쪽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열을 연계 공급하는 시스템 구축이 잘 돼 있다. IT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열 및 전기 공급기술이 상당히 앞서 있다. 열 수송 분야에서도 열 손실률이 크게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난방은 열병합 발전으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만 생산하는 것보다 효율이 30%포인트 더 높다.

-공사의 경쟁력을 활용해 추진하는 신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기존 열 공급 배관망을 연계해 도시지역 안에서도 태양광이나 태양열, 지열 등을 이용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지역난방에 대한 선호를 높이면서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일 수 있다. 태양광 발전과 일부 풍력발전에도 직간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연료전지 개발용역 등을 통한 신사업모델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환경 친화적이고 안전하고 편리하면서도 저비용의 사업모델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은 어떻게 하고 있나.

▶그동안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기구가 시행하는 사업에 컨설팅을 하는 등 간접적 역할에 치중해왔다. 앞으로는 기술역량을 높여 컨소시엄 확대,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해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동남아지역 폐열을 활용한 열 공급 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과 사업 다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어떤 방향에 초점을 둬야 하나.

▶에너지는 다양한 변수와 이해관계 등에 따라 정책이 굉장히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과 지식경제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 등을 거치면서 에너지정책에 직접 관여했다.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주무국장으로, 이 계획을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에너지위원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당시 에너지 관련 당면 문제들이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을 만큼 어려운 정책이다. 심야전력제도, 전력누진제요금 개편 등이 모두 국민 생활과 직결되면서 그 업계 종사자의 이해관계와도 얽혀 있다. 셰일가스나 셰일오일이 등장할 것이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다. 유럽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등 각국 전력이 부족하면 이웃나라에서 끌어올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단편적으로 에너지 정책이 잘됐다, 잘못됐다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가에너지는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원칙은 필요하다. 여기에다 온실가스 등 환경문제가 고려돼야 한다.

-30년 공직생활을 돌이켜볼 때 보람이나 자부심을 갖는 일은 어떤 게 있나.

▶자동차산업 분야 육성, 전자무역 활성화, 동반성장 기틀 마련 등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상공부 수송기계과 사무관을 하면서 자동차산업의 국제화를 위해 세제를 고치고, 기술개발과 해외 수출 지원정책에 힘을 쏟았다. 이후 2000년대 초반 다시 같은 분야 과장을 하면서 미래형 자동차산업 발전책을 모색했다.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등 미래 자동차산업 발전 방향에 맞춰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안' 마련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자동차와 같은 특정 분야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제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란 명칭을 사용했고, 이 때문에 법률안 마련 과정에서 환경부와 역할 범위를 두고 충돌과 함께 수십 차례의 협의가 불가피했다. 결론적으로 미래형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데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과장 시절에는 전자무역 플랫폼을 만드는 데 전력을 쏟았다. 'E-Trade Korea 2007'이란 계획안을 만들어 전자무역위원회에서 통과시킴으로써 전자무역 촉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이 과정에서도 관세청과 상충되고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았다. 통관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서류와 절차를 한꺼번에 원샷 할 수 있는 전자무역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자무역촉진에 관한 법률안' 마련에도 힘을 쏟아 이후 국회를 통과했다.

'동반성장'의 틀을 마련한 것도 공직에서 보람을 느낀 일이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개별 대기업만의 힘보다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개념이 동반성장 전략이다. 2010년 5월부터 2년 동안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을 하면서 동반성장 대책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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