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수리 5형제와 함께 읽go, 쓰go] 글쓰기의 두려움을 없애는 비법

필자는 고정욱 작가와 자주 연락한다. 고 작가는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까칠한 재석이가 달라졌다'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썼고, 일 년에 삼백 회 정도의 전국 강연을 한다. 며칠 전 258번째 책 '책 읽어주는 아이'가 또 나왔다.

필자의 이 말에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뭐? 일 년에 삼백 번 강의를 하는데 도대체 글은 언제 쓴다는 말이지?" "그게 가능해?"

뒷얘기를 들어보면 더 놀랄 수도 있다. 고 작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하반신을 완전히 쓰지 못하며 휠체어 생활을 하는 1급 장애인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람보다 더 열정적 삶을 살며, 왕성한 작품 생활을 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필자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특히, 일 년에 평균 열 권의 책을 쓴다는 고 작가의 글쓰기 속도는 믿기 어려웠다. 결국, 고 작가에게 글쓰기 비법을 직접 물어봤다.

◆글 쓰는 과정도 단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모른다'와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이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면 어쨌든 글이 나온다.

전자는 주제와 소재이고 후자는 구성과 표현을 말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해도 A4지 한두 장을 쉽게 채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은 많은 연습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 실패한다.

먼저 글쓰기의 단계를 살펴보자. 글을 쓰는 과정은 4단계, 구상, 구성, 글쓰기, 퇴고로 나눈다. 구상 단계에서 자기가 쓰려는 주제에 따라 어떤 형식의 글을 쓸지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 수필은 원고지 대략 15매 정도, 단편동화는 30매 내외이다.

장르가 정해졌다면, 다음으로 구상을 해야 한다. 초보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글을 쓰라고 하면 컴퓨터 자판부터 두드린다. 설령 이런 방법으로 시작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끝을 내는 것은 무척 어렵다. 설계도 없이 제대로 건물을 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구상할 때에는 백지에 자유롭게 낙서하듯 그려보는 것이 제일 좋다. 그림, 스케치, 단어, 도형 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모두를 백지 위에 펼쳐놓아야 한다.

이런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순서를 정한다. 첫 장면은 어떻게 할지, 어떤 사건으로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정한다. 이 과정이 바로 구상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라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글쓰기에 들어가면 손이 딱 굳어버리는 사람이 많다. 머릿속에 가물거리는 생각을 글로 옮기려니 너무 두렵다. 맞춤법, 비유, 상징…. 이런 것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말하는 것과 쓰는 것 다르지 않다

이런 생각을 글이 아닌 말로 옮겨보면 어떨까? 친구에게 수다를 떨듯 떠오르는 생각을 말로 해보는 방법이다. 먼저 녹음기를 준비한다. 손이 아닌 입으로 글을 쓰는 방법이다. 백지에 정리된 생각을 보면서 평소 말하는 속도대로 얘기를 한다. 3분 정도 녹음하면 원고지 10매 정도의 분량이 나온다. 녹음을 들으며 글로 옮기면 초고가 완성된다. 이 방법이 바로 고 작가가 주로 쓰는 방법이다. 필자 역시 손이 아닌 입으로 글을 쓴다. 이 방법으로 짧은 시간에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초보자나 숙련자 모두에게 효과 있는 방법임은 틀림없다.

마지막은 퇴고이다. 물론, 무수한 퇴고를 해야 완성된 글이 나오지만, 어느 정도 초고가 나온 상태라면 마무리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런 훈련을 자주 하다 보면, 필력도 조금씩 늘어나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질 수 있다.

친구를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몇 시간을 떠들며 얘기할 수 있다면, 긴 글도 쓸 수 있다. 쓰는 것도 말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으며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일 뿐이다. 쓰기 능력이 떨어진다면 말하기 능력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날릴 수 있고,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균형감 있게 성장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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