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富者) 3대 못 간다'는 말이 있다. 자식에게 돈은 물려줄 수 있지만, 관리 능력만큼은 세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 유전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 영국의 부자 100명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줘 제대로 승계되는 확률은 20% 정도이고, 손자까지 승계되는 확률은 1%였다. 돈은 돌고 도는 것이어서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 경제 월간지 포브스는 매년 자산액이 많은 부자 400명 명단을 발표하는데, 세습 부자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1982년 첫 발표 당시에는 전통 명문가인 헌트(11명), 록펠러(14명), 뒤퐁(28명)에서 53명이 포진했다. 2005년에는 헌트 1명, 록펠러 3명, 뒤퐁 0명으로 상속 부자가 급감했다. 포브스는 400대 부자 가운데 '자수성가형' 창업 1세대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교육받은 사람이 갑부 대열에 올라설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해에는 IT 기업 창업자가 60%, 이민자가 10%를 차지했다니 미국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진정한 부자가 되려면 치열하게 살면서 자신의 힘으로 부를 일궈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일 한국 최고의 기업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민낯을 볼 기회가 있었다. 최순실 청문회에 출석한 그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확인해 보겠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내내 허둥대거나 우왕좌왕하고 자신감없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렇게 연기하기로 작정하고 나왔다고는 하지만, 지켜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수준 이하였다. 그는 부모 잘 만난 '온실 속의 화초'인 듯 보였다.
보수 언론들은 삼성에 수백억원씩 받는 광고 때문인지 '회피성 발언'이라고 점잖게(?) 썼지만, 일부 언론과 네티즌은 '바보 코스프레(흉내)' '어리버리 발언'이라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병철 전 회장은 뛰어난 관리 능력을, 이건희 회장은 번뜩이는 영감을 갖고 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실패 경험만 있을 뿐, 아직까지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좌절 여부가 한국 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고 전 세계 시가총액 24위의 글로벌 기업이다. 우리네 삶이 그리 튼실해 보이지 않은 이 부회장의 어깨에 달려있을 지 모른다는 것이 웃지 못할 현실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고치지 않고선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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