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m 거닐며 카페'맛집 탐방
개성 있는 가게들 '도심 속 여유'
5곳에 조형물 세우고 거리 정비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은 겨울이면 문득문득 생각나는 올드 팝 가운데 하나다. '나뭇잎은 모두 갈색으로 물들었고 하늘은 잿빛인 그런 겨울날에 나는 길을 걸었네'란 첫 구절 가사 때문이리라.
하지만 캘리포니아가 너무 멀리 있다고 실망하지는 말자. 겨울 낭만을 즐기며 걷기에 안성맞춤인 곳은 대구에도 있다.
앞산 카페거리의 근사한 레스토랑, 품격 있는 카페에서 연인이나 가족에게 사랑을 전한다면 크리스마스 선물이 따로 필요 없지 않을까?
◆걷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매력적
앞산 카페거리(대구 남구 대명9동)는 대명남로와 현충로가 만나는 남명삼거리 주변을 일컫는다. 대구시티투어에 포함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안지랑 곱창거리'와도 연결된다. 대명남로를 따라 600m 남짓한 구간에 20여 곳의 카페와 맛집이 몰려 있고, 현충삼거리 주변으로도 상권이 확장되는 추세다.
앞산 카페거리는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무척 매력적인 곳이다. 우선 도심인데도 시끌벅적하지 않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주택가에 자리 잡은 덕분이다. 물론 앞산을 바라보는 조망도 빼어나다. 대구 남구청 측은 "봄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새하얀 이팝나무꽃을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앞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좋고, 가을에는 낙엽 밟는 정취가 발길을 이끈다"며 "겨울에는 가로수에 걸린 꼬마전구의 화려한 빛의 향연이 볼거리"라고 소개했다.
◆이국적 분위기에 식도락은 덤
1980년대까지 대구에서 손꼽히는 '부자 동네'였던 이곳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마당 넓은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개성 있게 지은 매장이 적지 않아서다. 갤러리도 보금자리를 틀었다. 서울 삼청동길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중교통 이용이 다소 불편한 것도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카페거리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제는 이탈리아 거리라고 불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조용한 곳을 찾아 6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는 카페 '마리아쥬'의 김동진 대표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큰길을 따라 들어서면서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던 작은 카페들이 오르는 임차료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며 아쉬워했다.
◆상권 활성화 위해 경관조형물도 설치
대구 남구청은 이 일대를 앞산과 연계한 관광명소로 만들고자 남명삼거리 입구에 입간판을 세우고 거리를 정비했다. 최근에는 상권 활성화와 도시 미관 향상을 위해 카페거리 5곳에 경관조형물도 설치했다. 'APSAN Cafe Street' '칼과 포크' '(반짝이는) 말' '두 여자' '커피' 등이다. 모두 2천378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전국적인 명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이야기에 지방자치단체가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가 한 관계자는 "조형물 설치 같은 겉모습 꾸미기도 좋지만 앞산 카페거리만의 개성을 살리는 방안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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