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인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기 무섭게 입시학원 광고가 다양한 매체와 거리 현수막 등을 통해 넘쳐나기 시작했다. 한 입시 컨설팅 전문가는 "서울만 해도 재수생 비율이 120~140%에 이른다"고 했다. 재수뿐 아니라 삼수, 사수까지 합치니 100%를 넘긴다는 말이다.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를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한다. 특히 수학 과목의 경우 몇 차례 반복해서 보느냐가 중요한 데 재수생은 고3 수험생보다 서너 번 더 반복할 수 있으니 당연히 점수가 오른다는 말이다. 어디 수학만 그렇겠는가. 수능 영어만 해도 원어민조차 무슨 뜻인지 몰라서 고개를 가로젓는 지문이 출제된다. 영어 원어민들이 우리나라 수능 영어 문제를 풀어보는 장면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원어민들은 "한국 학생들이 1~2분 만에 이 문제를 푼다고? 말도 안 돼"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 대입시험은 기계적 암기와 반복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출제자의 의도대로 풀어내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주어진 문제를 단순히 풀 줄 알아서는 안 되고 시간 내에 풀어내야만 한다. 문제풀이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도 용납되지 않는다. 풀이법을 고민하다가는 절반도 채 못 풀고 시험지를 덮어야 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철도가 주도한 1차 산업혁명에 이어 전기'내연기관이 이끈 2차 산업혁명이 있었고, 컴퓨터'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이 조금 전에 지나갔다. 그리고 '융합' 또는 '경계의 붕괴'라는 다소 모호한 말로 표현되는 4차 산업혁명이 지금 진행 중이다. '모호함'과 '진행 중'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성질이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숲을 한창 통과하고 있는, 아니면 숲의 초입에 갓 들어선 상황이다 보니 아직 숲의 실체는 모호하고, 얼핏 거대한 나무만 보이는 것이다. 그 나무들은 사물인터넷, 로봇공학, 3D 프린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팻말을 달고 우뚝 서 있다.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사실 그 이전부터)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연평균 10%대에 이르는 초고도 성장의 환상은 이미 '올드 노멀'로 끝났고, 새로운 경제 규범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다. 한때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투자'소비'임금'이 모두 하락하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경제의 활로를 찾음으로써 뉴 노멀 시대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아직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은 있다. 혁명이라고 부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고, 경제 성장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암울한 미래상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내포된 기술 변화는 고용 유발 효과를 약화시키고,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단순 지식으로 영위하는 직업은 사라지고, 갈수록 승자 독식이 가속화함에 따라 계층 간 소득 격차는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의 속도가 앞서 3차례의 산업혁명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세상의 변화를 예견했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시작해 밤늦게 끝나는 지금 한국의 교육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인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하기야 이해하기 힘든 것이 어디 교육뿐일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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