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배우 변요한

"독립영화가 뭐 어때서…멋있는 사람들의 작업이죠"

"독립영화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봐

더 실험적이고 순수해서 나한테 도움

김윤석 선배 연기는 연극·영화 교과서"

배우 변요한은 대선배 김윤석과 연기 호흡을 맞춘 걸 행복해했다. 김윤석에 대해 "무섭다"거나 "어렵다"는 소문이 들렸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단다. 오히려 "섬세하고 꼼꼼히 챙겨준다는 느낌"이었단다.

변요한은 "진짜 30년 전의 자신을 대하는 것처럼 날 대했다. 진심으로 얘기해 좋았던 기억"이라고 즐거워했다. "김윤석 선배의 연기는 연극영화과 학생들에게 교과서 같아요. '추격자' '타짜'를 봤을 때 대단하다고 느꼈거든요. 솔직하게 '오픈'하는데 그게 큰 배려인 것 같아요. 촬영 시작하기 전 '치열하게 연기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게 뭔지 보여주시기도 했고요. 현장에서 정말 외로워 보이셨는데 그 고민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 감사해요. 안일하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이 들어서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는 "사실 김윤석 선배와 원활한 호흡을 위해 내가 노력한 부분은 거의 없다. 내가 살갑게 못 붙는 성격"이라며 "그냥 난 사적인 이야기보다 작품을 충실하게 이해하고 와서 선배와 작품으로 소통할 때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그리 통하면 되니 그렇게 하려고만 노력한 것 같다"고 했다.

변요한은 한 남자가 수십 년 전 과거로 돌아가 젊은 자신을 만나고, 과거에 가장 후회됐던 순간을 바꾸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펼치는 인생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극 중 연아(채서진)와의 로맨스는 물론, 김윤석과의 브로맨스 또한 좋다.

변요한은 "기욤 뮈소의 원작소설을 읽고 너무나 좋았다"며 "소설 속 주인공이 여자를 너무 사랑하는데 그걸 내가 잘 표현해야 30년 후의 갈증도 풀어진다고 생각했다. 연아가 내게 어떤 사람인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니 고민을 하면서 솔직한 남자이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했다. 극 중에서 원 없이 채서진과 사랑했다"고 말했다.

독립영화계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는 최근 상업적인 작품을 통해 대중과 자주 만나고 있는 편이다. 잘 달려가고 있는 인상이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들다. 사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변하지 않는 숙제일 것"이라며 "엄청난 고민과 항상 '이게 맞나?'라는 생각은 모든 것이 소중하기 때문에 계속되는 갈등과도 같다. 아무래도 죽는 순간까지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제가 단편영화를 찍다가 대중을 만날 기회가 생겼잖아요. '다시 독립영화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단편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선배들이 이후 선택을 잘해야 한다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미생' 끝나고 단편영화를 시도해 봤는데 어렵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끝나고 보니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나한테 양분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독립영화는 오히려 더 실험적이고 순수해요. 거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독립영화가 뭐 어때서?'라고 꼭 말하고 싶어요. 저한테는 똑같거든요. 그들은 흥행을 생각 안 하니 더 과감한 것 같아요. 멋있는 사람들의 작업이죠.(웃음)"

영화에서처럼 30년을 더 산 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변요한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미래에서 와서 해줄 말도 없을 것 같고, 과거의 내가 그 말을 듣지도 않을 것 같아요. 그냥 내 상태만 보고 갈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처럼 자기도 모르게 김현식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연아가 있고, 담배가 위로를 해줬으며, 고독감도 충분히 느끼며 의지한 게 있으니 그것에 대한 존경을 해준다고나 할까요? 지금 제가 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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