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사랑하는 부동산 브로커 토마
10년간 손 안댄 피아노 다시 치지만
천한 밥벌이와 예술적 성취서 갈등
1978년作 영화 '핑거스' 원작
파리 배경으로 현대적 재해석
2005년에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다. 한국에서는 11년이 지나 처음 개봉한다. '디판'으로 2015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전 연출작으로, 명작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영화를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설렘을 준다.
자크 오디아르는 '위선적 영웅'(1996)으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예언자'(2009)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어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디판'까지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올라선,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영화의 거장이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고, 프랑스 자국을 대표하는 영화제인 세자르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8개 부문 상을 받으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무드 인디고'(2013), '빅 픽처'(2010) 등의 작품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가 된 로망 뒤리스의 젊은 모습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로망 뒤리스를 현대의 알랭 들롱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 영화 속 그는 젊은 시절 로버트 드니로 같은 거친 매력이 있다.
어쩌면 한국 드라마 '밀회'와 같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천하고 거친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속 깊이 간직한 예술에 대한 열망이 그를 쓰레기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는 이야기다. 섣불리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예술적 성취를 미리 진단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현실은 그로 하여금 음악에 열중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범죄가 늘 도사리는 시궁창 같은 현실과 예술을 향한 길, 두 개의 환경을 대비시키며 두 개의 플롯이 서로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부동산 브로커라고 하지만 실상은 건달에 지나지 않는 스물여덟 살의 토마(로망 뒤리스)는 피아니스트였던 엄마가 돌아가신 후, 우연히 그녀의 옛 에이전시 대표와 마주친다. 토마의 피아노 재능을 기억하던 그는 오디션을 제안하고, 10년간 손대지 않던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된 토마는 중국인 과외 선생(린 당 팜)까지 두며 준비에 열의를 보인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동업자들의 거친 일에 불려다니고, 아버지는 그에게 무모한 부탁을 들이밀곤 한다. 토마는 생계인 브로커 일과 진짜 꿈인 피아니스트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이 영화는 1978년에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핑거스'가 원작이다. '핑거스'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겪는 어머니 사이에서 방황하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뉴욕을 배경으로 펼쳤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파리를 배경으로 가져와 현대적인 재해석을 해낸다.
영화는 다양한 인종들이 때로는 갈등을, 때로는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는 파리의 다문화 현실을 반영한다. 토마는 아버지의 요청으로 아랍인 가족을 괴롭히지만 그들의 처지에 동정을 보내기도 하고, 러시아 마피아로 인해 심각한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인 피아노 선생과는 음악으로 소통한다. 각자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더라고 통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꿈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민하는 청춘의 감수성이며, 또한 음악을 통한 감동과 교감이다. 영화는 매우 프랑스적인 현실을 반영하지만, 또한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인 고민을 이야기한다.
내 심장이 시키는 일이 무엇인지,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실을 쫓아가며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영화는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토마는 정의롭거나 선한 인물이 아니다. 클로즈업으로 바짝 그의 뒤를 쫓는 카메라는 그의 심리를 제대로 전달한다. 오디아르 특유의 현실감을 전달하는 거친 스타일은 누군가의 애정에 목말라 하는 토마가 왜 그런 폭력적인 일에 자꾸 휩싸이게 되는지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해하게 한다. 그는 아버지의 부정을 돕고, 친구의 불륜을 부추기며, 약한 자를 마구 대한다. 이렇게 천한 그도 갱생의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음악은 그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사는 데 급급한 우리가 그럼에도 예술과 문화를 향유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이 말한 것처럼 '예술과 로맨스가 목적이 되는 삶', 그것의 의미를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지금 바로 한국 이곳에서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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