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월 8일 저녁 9시. 워터게이트사건으로 탄핵을 앞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사임을 발표했다. 닉슨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서 TV를 통해 사임 결정을 알렸고, 발표 후에는 침통한 표정으로 한동안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 관저로 향했다.
닉슨이 관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타자, 도어맨 프렌스턴 부르스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대통령님, 제 인생에 지금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때입니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부르스는 대통령과 끌어안았고, 함께 울었다. 닉슨은 부르스에게 "자네는 진정한 친구네"라며 고마워했다.
그날 닉슨은 새벽 2시쯤 잠자리에 들었지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백악관 밖에서는 시위자들이 "닉슨을 교도소로 보내라!"라고 외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아침이 밝아오자, 조용히 백악관을 떠났다.
정치 전문 기자인 케이트 앤더슨 브로워가 쓴 '백악관의 사생활'에는 닉슨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보낸 마지막 날 밤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에는 백악관 근무자들의 증언을 통해 10명의 대통령과 그 가족의 일상과 성격, 숨겨진 이야기 등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1998년 어느 날 아침, 백악관 근무자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부부의 침대에 피가 낭자한 것을 발견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피였다. 대통령은 머리를 몇 바늘 꿰매야 했다. 어느 근무자는 "영부인께서 던진 책에 맞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특별검사 조사를 받고 있던 때여서 분개한 힐러리의 짓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백악관은 대통령이 한밤중에 일어났다가 욕실 문에 부딪히는 바람에 다쳤다고 공식 발표했다.
영화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년)는 34년간 8명의 대통령이 거쳐 간 백악관에서 집사로 일한 유진 앨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시선으로 대통령을 지켜보면서 조언을 하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대통령의 일상과 뒷얘기는 백악관 근무자들의 입을 통해 공개되고, 훗날 공적의 한 부분으로 평가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처럼 '문고리 3인방'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의 일상은 공개돼야 하고 국민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사생활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가 회자하는 것은 한국사회가 그만큼 미성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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