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년 역사 문깡학원 연말 문 닫는다는데…

英·中語 동시 교육 도입 후, 학원생 절반 이상 줄어들어

대구 토종 영어학원 브랜드 '문깡'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연말 폐원한다.

문강명 원장은 15일 학원 홈페이지에 '마지막으로 드리는 말씀'이라는 동영상을 게시하고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잘하자는 거창한 구호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학원을 떠나는 학생 숫자가 늘어나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문깡을 믿고 따라온 분들에게는 죄송하고, 창립 20주년에 폐원을 맞이하게 돼 저도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문깡외국어학원은 이달 23일까지 수업을 하고, 이후의 수강료는 환불해주고 있다. 문 원장은"학생들이 새 학기를 맞아 폐원하는 것보다 내년 한 해 계획을 짜기 전 미리 알려주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폐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월급을 안 받아도 좋으니 영어 수업만 하자고 부탁을 했지만 제가 반대를 했다"며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한 번 헤쳐나가려고 했지만 버틸 자신이 없었고 자존심도 상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문깡은 40억원을 투자하여 2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영어로 생각하고 중국어로 말하는' 동시 교육 시스템을 올해 8월 도입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실제로 영어 수업만 할때 재원생이 5천500여 명이었으나, 영어'중국어 수업 이후 절반 이상이 학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 측은 매달 적자 규모가 10억원 이상이라고 했다.

사교육에 종사하고 있지만 교육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진다는 문 원장은 "수능 점수 따려고 학원에 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이왕 배우는 외국어는 실제로도 도움이 돼야 한다"면서 "아직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지만 교육 콘텐츠는 남아 있으니 영어와 중국어가 동시에 필요한 시대가 오면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했다.

지난 1996년 대구에서 문을 연 문깡외국어학원은 차별화된 영어교육 시스템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유명세를 떨쳤다. 한때 대기 학생만 2천 명일 정도였다. 대구와 포항에 12개 직영 학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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